이재명 "尹 방미, 첫단추부터 잘못…한국은 美 속국 아냐"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위기를 맞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대미·대일 외교 문제를 꼬집으며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특히 미국 측이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관련 통제를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를 언급하며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우리 정부에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요구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업들에게 수출하라 말라 요구할 권한이 없다"며 "이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다. 당당하게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과 언행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미국 측도 많은 문제들을 노정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과 미국은 대등한 동맹 국가다. 속국이 아니다. 부당한 요구를 강제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한미 소식통을 인용, 미국 정부가 중국이 미국 기업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한국 기업이 그 부족분을 메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한국에 요청했다고 보도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미중 간의 무역 마찰 상황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어부지리를 얻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이 윤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미국 측에서 나왔다는 취지의 보도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중국 시장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 측의)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핵심품목의 탈중국 압력에 대해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미국이) 인위적인 공급망 개편을 통해서 대중국 견제를 하는 것 아니냐"며 "미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의 부작용을 경고해야 된다"고 했다.
野 "도청파문, 바이든에게 사과 받아오라"…尹, 현지 인터뷰서 "한미 신뢰 흔들림 없어"
이 대표는 아울러 윤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100년 전 역사로 인한 일본이 사과하기 위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인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거듭 공세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100년 전 끝난 역사 속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현실의 문제"라며 "대통령과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고, 과연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 범위 내에 이와 같이 역사 왜곡을 마음대로 받아들이고 또 역사적 범죄 행위를 용서할 그런 권한까지 포함되느냐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인터뷰를 두고 대통령실이 오역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정부기관의 조직적 범죄 행위"라면서 법적 조치의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앞서 고민정 최고위원은 "대통령 발언이 문제가 되자 해외언론비서관실은 대통령실에서 녹음한 발언을 그대로 알린 것이 아니라 짜깁기로 가짜를 알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과 관련해 "이 문제는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 정부기관의 조직적 범죄 행위라는 점을 지적해야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정부가 작성하는 문서들은 공문서로 특별한 신빙성과 증명력을 부여한다"며 "말로 하는 것이야 적당히 할 수 있지만 정부가 쓰는 공식 문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는 것은 중대 범죄"라고 주장했다.
한편 고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도청파문과 관련해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명확한 사과를 받아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미국 현지에서 미 N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미 정보기관 도청 파문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미국 정부가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한국 안보 관계자들이 미국 카운터파트와 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이 문제가 한미동맹의 철통같은 신뢰를 흔들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 진행자가 '친구가 친구에게 스파이 행위를 하느냐'고 되묻자 "일반적으로는 친구들끼리 그럴 수는 없지만, 현실 세계의 국가 관계에서 그것은 금지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미 측을 두둔하는 것 같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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