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룸 서비스 부르셨나요~” 여행업 빈 자리, 로봇이 채울까

정인선 2023. 4. 2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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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실내배송로봇’ 적용 제주 신화월드 리조트 가보니
전용 LTE망으로 엘리베이터 9대와 로봇 5대 연동
엘리베이터 비상 정지하자 관리자에 알림 보내고 기다려
“사람보다 느려도…24시간 연중무휴 배송 가능”
지난 25일 케이티(KT) 실내배송로봇이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화월드 리조트 랜딩관 복도를 지나고 있다. 케이티 제공

“죄송합니다. 잠시 지나갈게요.”

지난 2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화월드 리조트 랜딩관 로비 한쪽에서 턱시도 차림을 본딴 디자인의 로봇 두 대가 나타났다. 로봇들은 기둥을 자연스럽게 비껴 안내데스크 뒤 컨시어지룸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컨시어지룸 안으로 들어간 로봇은 룸 한쪽 냉장고 쪽으로 갔다. 주문 정보를 확인한 담당 직원이 로봇의 배에 해당하는 서랍을 열어 주문 내용에 맞는 물건을 골라 넣었다. 직원이 ‘확인’ 버튼을 누르고 서랍을 닫자, 로봇이 말했다. “서랍이 잠기고 배송이 시작됩니다.”

지난 25일 제주신화월드 리조트 직원이 케이티 실내배송로봇에 객실 이용자가 주문한 물품을 담고 있다. 케이티 제공

씩씩하게 컨시어지룸을 나선 로봇은 다시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잠시 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로봇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객실이 있는 다른 동으로 건너가기 전 거쳐야 하는 중간 목적지인 1층이 이미 눌려 있었다. 로봇 얼굴에도 ‘1층 이동 중’이라는 문구가 떴다. 이 리조트에 실내배송로봇과 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네트워크, 솔루션 등을 지난 21일 정식 도입한 케이티(KT)의 박세종 인공지능·로봇사업2팀 과장은 “원래는 객실 카드가 있어야 해당 층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전용 엘티이(LTE) 네트워크로 총 5대의 실내배송로봇을 리조트 내 엘리베이터 9대와 연동해, 이동할 층을 선택하거나 문을 여닫는 등 엘리베이터 제어를 로봇이 직접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케이티(KT)의 실내배송로봇이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화월드 리조트 랜딩관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있다. 케이티 제공
지난 25일 케이티(KT)의 실내배송로봇이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화월드 리조트 랜딩관 복도를 지나고 있다. 케이티 제공

1층에서 내린 로봇이 다른 동과 연결된 복도에 들어섰다. 복도 양 옆에 크게 난 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 사방이 갑자기 밝아졌다. 박 과장은 “레이더만으로 현재 위치와 전방 상황을 파악하는 경쟁사 제품들과 달리 케이티의 실내배송로봇은 레이더와 전방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해 실내 조도가 갑자기 바뀌어도 인식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상호 케이티 인공지능·로봇사업단장(상무)은 “전방 카메라 촬영 영상은 장애물 인식을 위해서만 사용하고, 서비스 플랫폼에는 저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복도를 지나 두 번째 엘리베이터로 ‘환승’한 로봇이 객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로봇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는 순간 돌발 상황이 일어났다. 한 기자가 엘리베이터에서 급하게 내리려다가 문에 부딛히는 바람에,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멈춰 버린 것이다. 이를 ‘위험 상황’으로 파악한 로봇이 얼굴에 비상 메시지를 띄우고 관리자에게 알림을 보냈다. 마침 현장에 있던 관리자가 로봇 얼굴에 대고 비밀번호를 입력해 로봇을 ‘리셋’ 했다.

실제로는 알림을 받은 관리자가 문제 발생 현장에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리셋’된 로봇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현재 위치 파악을 시도했다. 기자 10여명에 둘러싸인 탓에 위치 파악에 2분여가 걸렸다. 이 과정에서 엘리베이터 출구 앞 복도의 얕은 단차와 시각장애인용 점자 블럭 때문에 로봇이 다소 덜컹거리기도 했다. 박 과장은 “실제 상황에서는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일 일이 적어 더 빠르게 위치를 파악해 배송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케이티(KT)의 실내배송로봇이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화월드 리조트 랜딩관 복도를 지나고 있다. 케이티 제공
지난 25일 제주신화월드 리조트 랜딩관의 한 객실에서 이용자가 케이티 실내배송로봇이 가져다준 음료를 꺼내고 있다. 케이티 제공

로봇이 우여곡절 끝에 최종 목적지 객실 앞에 도착했다. 객실 안쪽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주문자가 문을 열고 나오자 로봇이 말했다. “서랍 에이(A)의 물건을 꺼낸 후 반드시 서랍을 닫아주세요.” 주문자가 전화로 미리 안내받은 비밀번호를 입력해 서랍 잠금장치를 푼 뒤 맥주와 육포 등 주문한 물건들을 꺼냈다. 박세종 과장은 “로봇마다 두 개 또는 세 개 서랍이 있어, 동시에 여러 객실로 배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사람이 배송할 때보다 시간이 10%가량 더 걸리지만, 24시간 연중무휴 배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리조트의 특성상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은데, 어린이 방문객들의 반응이 특히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제주신화월드와 케이티는 지난 3월부터 한 달 가량 실내배송로봇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이 기간 총 126건의 배달 임무를 수행하며 100만원어치 물건을 팔았다. 로봇 두대가 오간 거리를 모두 더하면 120킬로미터(㎞)가 넘는다. 김용남 케이티 제주고객본부장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제주신화월드 직원 2천여명이 퇴사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많은 분들이 지난 3년간 다른 업종에 취업한 상태로, 관광객이 다시 증가한 최근 인력난이 심각했는데, 이를 실내배송로봇으로 일정부분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단장은 “실내배송로봇이 좁은 단일 매장을 넘어 수만평 규모 리조트를 돌아다니게 하려면 안정적인 통신 네트워크와 관제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엘리베이터를 비롯한 건물 내 다른 시스템과의 연동도 중요하다. 올해 안에 국내외 로봇 제조·서비스 업체, 엘리베이터 제조 업체 등과 협업해 연동 기술을 표준화해, 더 빠른 속도로 서비스 제공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서귀포/정인선 기자 ren@hani.co.kr, 사진 케이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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