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버틀러, ‘보급형 조던’ 존재감 뽐낼까?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마이애미 히트의 기세가 심상치않다. 마이애미는 25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카세야 센터에서 있었던 플레이오프 밀워키 벅스와의 4차전에서 119-114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인해 시리즈 전적은 3승 1패가 됐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시리즈가 시작될 때만해도 밀워키의 압승이 예상됐던 것이 사실이다. 마이애미는 동부 컨퍼런스 8번시드인 것에 비해 밀워키는 탑시드였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에서 58승 24패(승률 0.707)를 기록한 밀워키는 동부는 물론 서부까지 포함한 전체 승률 1위 팀이다. 현역 최고 선수중 한명인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데토쿤보(28‧213cm)를 필두로 브룩 로페즈(35‧213cm), 즈루 할러데이(32‧191cm), 크리스 미들턴(31‧201cm) 등으로 이어지는 호화 멤버를 앞세워 우승까지 노리고있다.
반면 마이애미는 지난시즌 동부컨퍼런스 1위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올시즌에는 44승 38패(0.537)에 그쳤다. 때문에 시리즈 시작전까지 밀워키의 우세가 점쳐졌던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했다. 그러한 와중에서도 일부에서는 마이애미의 업셋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있었다. 팀내 간판스타인 '미스터 올드스쿨' 지미 버틀러(33‧201cm) 때문이다.
15년간의 긴 선수시절을 보내고 현재는 저널리스트 등으로 활동중인 켄드릭 퍼킨스는 시리즈가 시작되기전 "정규시즌 성적만으로 플레이오프를 판단하면 곤란하다. 마이애미는 큰 무대에서 만나기 부담스러운 상대중 하나다. 플레이오프 괴물 버틀러가 버티고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바 있다.
지난 12일 플레이-인 토너먼트에서 애틀랜타 호크스에게 105-116으로 패배를 당할때까지만해도 퍼킨스의 발언은 립서비스에 그치는 듯했다. 19개의 야투중 6개만 성공하는 등 부진한 플레이로 일관했던 버틀러는 패배후 "끔찍한 경기력이었다. 육체적으로도 나약하고 형편없었다"며 스스로도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전력을 재정비한 그들은 시카고 불스와 있었던 외나무다리 매치를 승리로 마무리지으며 막차로 플레이오프에 탑승하는데 성공한다.
탄력을 받은 마이애미의 기세는 1라운드에서부터 제대로 불타오르는 모습이다. 선봉에는 에이스 버틀러가 있다. 1차전 당시 밀워키는 아데토쿤보가 경기 초반 허리부상으로 이탈했는데 마이애미와 버틀러는 이를 놓치지않았다. 버틀러(35득점, 5리바운드, 11어시스트)가 전방위로 공격을 지휘한 가운데 뱀 아데바요(22득점, 9리바운드, 7어시스트)와 케빈 러브(18득점, 8리바운드)가 뒤를 받쳤고 서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같은 큰 무대에서는 뜻밖의 선수가 깜짝 활약을 해주게되면 해당팀에는 큰 힘을 상대팀에게는 훨씬 더 큰 데미지를 안길 수 있다. 시리즈 전적 1대1로 맞섰던 3차전이 그랬다. 버틀러(30득점, 5리바운드)가 변함없는 경기력을 이어간 가운데 한물간 슈터 취급을 받던 던컨 로빈슨(29‧201cm)이 모처럼 터졌다. 뜨거운 손끝 감각을 자랑하며 3점슛 5개 포함 20득점을 폭발시켰다. 2쿼터에 3점슛 3개를 시도해 모두 성공시키는 등 득점의 순도 역시 매우 높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4차전 승리는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마이애미 쪽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의미깊다. 양팀 모두 경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지라 주축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했다.
자칫하면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는 상황을 의식한 아데토쿤보는 공수에서 펄펄날며 트리플더블(26득점, 10리바운드, 12어시스트, 2블록슛)을 작성했으며 로페즈(33득점, 11리바운드, 2스틸, 3블록슛) 역시 이를 악물었다. 밀워키 트윈타워가 동시에 제대로 위력을 발휘했음에도 결과는 마이애미의 119-114 재역전승이었다.
여기에는 버틀러의 미친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퍼킨스의 말은 사실이었다. 버틀러는 56득점, 9리바운드로 '역대급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팀을 승리를 이끌었다. 28개의 야투시도중 19개(67.8%)를 성공시켰으며 약점으로 꼽히던 3점슛도 3개나 꽂아넣었다. 버틀러는 미드레인지와 돌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만들어냈고 다수의 자유투까지 더해 전반에만 24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서전에 불과했다. 78-89로 뒤지고 시작했던 4쿼터에서 그야말로 대폭발을 일으켰다. 밀워키의 압박수비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놓고 공격권을 독점하며 득점쇼를 벌였음에도 누구도 막아내지 못했다. 거듭된 득점 성공에 밀워키 수비진은 위축됐고 기세 싸움에서 마이애미가 우위에 섰다.
이날 버틀러가 기록한 56득점은 종전 르브론 제임스의 49득점을 뛰어넘는 마이애미 프랜차이즈 역사상 개인 플레이오프 최다 득점이었다. 타일러 히로, 빅터 올라디포 등 주축선수 상당수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깊었다. 마이애미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물론 레지 밀러, 찰스 바클리 등 역대 레전드들까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당수 매체에서 ‘조던의 재림’, ‘조던의 빙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마이클 조던과 비교했을 정도다.
실제로 버틀러는 국내외 팬들로부터 '보급형 조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단 기량 자체가 뛰어나기에 붙을 수 있는 애칭이지만 거기에 더해 클래식한 농구 스타일, 올드스쿨 마인드, 클러치 장인, 강성 리더십 등에서 공통점이 많다. 거기에 더해 외모에서 닮은 부분도 크다. 일부에서는 '조던의 사생아'라는 음모론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마이애미의 조던’ 버틀러가 소속팀을 어디까지 끌고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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