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훈련 힘들다는데…" "영어 할줄알아요?" 24人 도전자와 마주한 사령탑, 신중한 탐색전 [제주현장]
[제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코트가 아닌 테이블에서 만났다. 24인의 아시아쿼터 도전자와 7인의 사령탑이 본격적인 탐색전에 돌입했다.
이미 트라이아웃 이전의 냉랭함은 사라졌다. 이미 몇몇 선수들은 한국행이 확정된 분위기다.
26일 제주 썬호텔에서는 아시아쿼터 참가자들과 사령탑의 대면 인터뷰가 진행됐다. 연습경기와 별개로 각 선수들의 특이사항을 살피며 옥석고르기에 돌입한 7개팀 감독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24인의 선수들은 3개조로 편성돼 면담에 임했다. 몽골(4명) 일본(3명) 말레이시아(1명) 선수들이 A조, 필리핀(4명) 홍콩(1명) 인도네시아(2명) 태국(1명)이 B조, 대만(8명)이 C조였다.
참석자는 각 팀 감독과 코치 등 스태프들이었다. 이들은 선수들의 병역과 학업, 대표팀 차출 문제부터 의사소통 능력, 종교와 그에 따른 음식 문제까지 세세한 질문을 던지며 신중하게 임했다.
특히 '시즌 중 차출 여부'에 대해 감독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V리그는 10월 중순부터 4월까지 시즌을 치른다. 대부분 각국 대표팀에 속한 선수들이다. 비록 시즌과 직접적으로 겹치진 않지만, 항저우아시안게임이나 AVC컵 등에 출전할 예정인 경우가 많았다.
언어 능력에서는 '1순위 후보'로 꼽히는 바야르사이한과 에디(이상 몽골)가 역시 발군이었다. 이미 국내 대학배구를 4~5년 경험한 이들은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감독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등 한국 문화에 완벽히 동화된 모습이었다. 또한 몽골어 통역이 없는 현장 상황상 밧수리 바투르, 캉갈 타미라(이상 몽골)의 통역 역할도 맡았다.
바야르사이한은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의 돌발적인 영어 질문에도 유창하게 답해 시선을 끌었다. 에디는 포지션을 미들블로커로 신청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포지션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지만, "자신이 더 잘하는게 뭔지 알아야한다"는 날선 대답이 직면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일본리그 나고야 울프독스에서 3시즌 감독을 역임한 만큼, 일본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보였다. 리베로로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준 이가 료헤이(일본)를 향해 "지금 일본 최고의 리베로가 누구냐, 그를 뛰어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뭐냐"고 묻기도 했다. 이쎄이 오타케, 타카히로 이마무라(이상 일본) 역시 열심히 연습한 영어로 나름의 답변을 이어가 찬사를 받았다.
타카히로는 "20년전 한국에서 홈스테이를 한 경험이 있다. 일본 배구는 신중하고 정적인데 한국은 굉장히 적극적인 배구를 한다. 일본 스타일로 도전해보고, 한국 스타일도 배우고 싶다. 한국은 내겐 운명"이라고 답해 박수를 받았다. 특히 3명 모두 파나소닉 소속의 실업 선수임에도 "트라이아웃에 뽑히면 퇴사하고 V리그에 집중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트라이아웃의 최장신, 2m3 거구 차이 페이창(대만)도 많은 질문을 받았다. 반면 전날 트라이아웃의 깜짝 스타로 떠오른 아몬텝 콘한(태국)은 영어를 못하는데다, 태국어 통역도 따로 없어 번역기의 도움을 빌려 필사적으로 임했다. 말레이시아, 홍콩, 필리핀 선수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한 반면,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통역의 도움을 받았다.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대만 선수들의 답변을 바로바로 이해하고 리액션을 보여주기도 했다.
리우 홍지에(대만)는 "일본리그에서 가스파리니(전 대한항공)를 만났다. 한국팀 훈련은 정말 힘들다 하더라"고 답해 좌중을 웃겼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그 선수에겐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스페인리그 출신인 우청양(대만), 일본 시절 토미 감독과 함께 했다는 리우 홍지에도 많은 질문을 받았다.
'현재 몸상태가 시즌 대비 몇% 정도 되냐'는 질문에 한 대만 선수는 "100%다. 전 언제나 100%"라며 자신만만하게 외쳐 좌중을 웃겼다. 자신감을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 대부분 최근까지 리그를 소화한 만큼 60~80%라는 답변이 많았다.
종교의 경우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답한 디마스사푸트라(인도네시아)에게 관심이 쏠렸다. 그는 "정해진 예배시간을 지켜야한다. 돼지고기(비할랄 기준)는 안된다. 라마단(9월 주중 단식)도 지켜야한다"고 설명했다. 한 선수는 "다 잘먹는데, 고양이는 먹지 않는다"고 답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심지앤친(말레이시아)는 "문성민(현대캐피탈)의 플레이를 자주 봤다. 상위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속내를 전했다.
이제 서로의 탐색전은 끝났다. 냉정한 평가만 남았다. 도전자들의 운명은 오는 27일 열리는 드래프트에서 결정된다.
제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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