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은행 연체율…'코로나 청구서' 날아오나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국내은행의 연체율이 30개월 만에 최고치로 오르며 그간 가려졌던 '코로나 연체율'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드는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발표한 '2023년 2월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0.36%로 전월말(0.31%)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월말(0.23%)과 비교하면 0.11%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국내은행의 연체율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꿈틀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1월 말 전월대비 0.06%포인트 올라 상승 전환한데 이어, 2월 말에도 뛰어오르며 지난 2020년 8월(0.3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체율 자체가 아직 낮긴 하지만, 문제는 실제 부실 규모는 훨씬 더 클 수 있단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된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등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에 따른 '착시효과'로 대부분의 부실이 가려져 있지만, 실제 잠재된 규모는 눈덩이처럼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연체율 현황을 보면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전월말(0.55%) 대비 0.09%포인트 오른 0.64%로 상승했고, 중소법인 연체율은 전월말(0.44%) 대비 0.08%포인트 상승한 0.52%,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전월말(0.33%) 대비 0.06% 상승한 0.39%로 뛰어올랐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크게 늘면서 신용대출과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체채권 정리규모도 8000억원으로 전월대비 2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난 3년간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부실 리스크가 점차 가시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더군다나 3년간 이어진 코로나 대출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오는 9월 이후 연체율이 치솟기 시작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통상 연체율은 신규 대출 후 1~2년의 시차를 두고 상승한다.
지난 2020년 4월 이후 일괄적인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반복했던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금융권 자율 협약으로 전환하고 최대 3년간의 만기연장, 최대 1년간의 상환유예를 추가 지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만기연장은 최장 2025년 9월까지 가능하지만, 상환유예는 올해 9월 말 종료되기 때문에 10월부터는 정상적으로 빚을 상환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만기연장을 이용 중인 차주는 53만4000명, 124조7000억원 규모이며, 상환유예를 신청한 차주는 3만8000명, 16조7000억원 규모다.
다만 금융당국은 오는 9월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더라도 자영업자·중소기업들이 대거 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도록 새출발기금과 개인사업자119와 같은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 다양한 연착륙 방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은 2만1544명, 채무액은 3조2402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신청 채무자 중 중개형 채무조정을 통해 지난 3월말 기준 3857명(채무액 2561억원)의 채무조정을 확정했고, 평균 이자율 감면폭은 약 4.4%포인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당국은 국내 은행들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충당금을 넉넉히 쌓도록 주문한 상태다.
이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은 예년보다 많은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대손충당금 신규 적립액은 5조9368억원, 5대 은행은 3조2342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대손충당금 잔액은 금융지주와 은행이 각 13조7608억원, 8조7024억원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권의 경우 올해 1분기 충당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의 어려운 3고 시대에 지금까지 유예됐던 대출원금이자 유예가 종료되면서 소규모 법인과 개인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연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이자유예가 연기되는 상황에서 연착륙 프로그램을 이미 선택해서 상환하는 차주들도 있고, 각 은행들이 차주에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연착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부실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팬데믹 이후 경제여건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취약차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현재와 같이 반복하기보다는 채무조정 등 부채정리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되, 지원대상을 효과적으로 선별하는 데 필요한 통계를 보다 면밀히 구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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