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왜 안써” 이란 60대 여성, 남성들에 폭행 당한 뒤 사망

박선민 기자 2023. 4. 2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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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몸싸움이 벌어졌던 현장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트위터

이란에서 60세 여성이 집단 몸싸움에 휘말린 뒤 사망했다. 목격자들은 여성이 히잡을 쓰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폭행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에그테사드24와 이란 인터네셔널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4일 케르만주 마한의 샤즈데흐 정원 주차장에서 집단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60대 여성이 폭행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폭행에 가담한 30대·40대 남성 2명은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숨진 여성이 땅에 쓰러져 있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알려졌다. 결국 당국이 나서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됐다.

현재까지 정확한 사건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현장에 있던 일부 목격자들은 사망한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단 몸싸움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숨진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고 있지 않았는데, 이를 지적한 무리 간에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도 히잡 착용 문제로 언쟁이 시작됐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

케르만 당국은 히잡으로 인해 폭행이 벌어졌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건 경위와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알리 바배에이 케르만 주지사는 “분쟁의 원인은 개인적인 문제였다”며 “경찰은 폭행에 가담한 이들을 체포한 뒤 기소했다”고 했다. 사법당국은 “목격자와 사건 당사자들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며 “범죄 행위에 대해서 엄격하게 처벌할 것”이라고만 했다.

히잡을 쓰지 않은 이란 여성을 공격하는 남성. /BBC

이란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을 탄압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당국은 줄곧 “여성들의 히잡 착용은 필수”라는 식의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히잡을 쓰지 않은 모녀가 북동부 마슈하드 인근 마트에서 일면식 없는 남성으로부터 요구르트 테러를 당하고도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히잡을 벗고 있었다는 이유로 남성뿐만 아니라 모녀에게도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이에 논란이 불거졌지만,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여성들은 종교적 필수품으로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히잡은 법적 문제이고 이를 준수하는 것은 의무사항”이라며 사법당국의 결정을 옹호했다.

지난해 9월에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세의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도덕경찰에 구금된 뒤 의문사하는 사건이 벌어져 전국에서 반정부시위가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시위와 관련 사법부는 지난달 6일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히잡 미착용)을 하는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며 “사법부와 행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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