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필로폰 판매’...2년간 마약사범 131명 검거

폭력조직원 등 39명, 동남아서 마약 공수
미성년자 15명 등 92명에게 판매·제공
경찰에 “마약 끊겠다” 약속 뒤 다시 잡히기도
“몇 시간만 지나도 우울해져 반복 투약”

2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청사에서 강선봉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2계장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들여온 필로폰 등 마약류를 미성년자에게 판매하거나 제공한 일당이 경찰에 대거 적발됐다. 경찰이 관련 첩보를 토대로 2년간 수사를 펼친 끝에 10대 청소년 15명을 비롯해 마약 판매·투약 사범 131명이 줄줄이 붙잡혔다.

2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폭력조직원 A씨(32) 등 39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이중 18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서 마약을 구매하거나 제공받아 투약한 92명도 함께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 가운데 10대 청소년은 15명으로 확인됐다.

미성년자들에게 필로폰을 제공한 성인 피의자들은 20대 10명, 30대 3명, 40~50대 4명 등 총 17명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2021년 4월 “미성년자에게 필로폰을 제공하는 성인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들 마약사범을 검거하며 필로폰·대마·엑스터시 등 시가 20억원 상당의 마약류 1.5kg과 현금 1000여만원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태국에서 들여온 필로폰과 대마·합성대마를 텔레그램에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하거나 SNS·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미성년자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매수·투약자들에게 주로 수도권 일대의 숙박업소나 판매책 등의 주거지 주변에서 마약을 전달했다.

마약 판매상들은 마약을 식료품으로 위장해 밀반입하거나, 직접 해외로 나가 속옷 속에 숨긴 채 입국하는 방식을 썼다.

미성년자들은 인터넷에서 알게 된 성인 마약사범이나 친구들을 통해 마약을 접하고, 대부분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중독돼 두 달에서 최대 2년 동안 마약을 반복 투약하기에 이르렀다.

B양(18)은 경찰 조사에서 “필로폰을 투약하고 몇 시간이 지나면 우울해지고 투약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며 “필로폰 제공자들이 나쁜 사람인 걸 알면서도 중독 증세로 필로폰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됐다”고 진술했다.

다른 투약자 C씨(20)은 18세였던 2021년 경찰에게 체포된 뒤 “필로폰을 끊겠다”고 약속했지만 두 달 뒤 또다시 투약 현장에서 적발돼 결국 구속됐다. C씨는 마약을 한 차례 직접 판매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양은 가족의 관심 속에 중독 증상을 치료받고 최근 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고 한다. 경찰은 B양이 본인처럼 호기심에 마약을 접하는 청소년을 위해 상담학을 전공하고 싶다며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실수라도 마약류를 접하게 됐다면 숨기지 말고 경찰이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알려야 한다”며 “ 미성년자에게 마약류를 제공하는 중대 범죄자들을 철저하게 수사해 가장 중한 형을 받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