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전세계가 인플레 걱정인데 中 홀로 ‘디플레 걱정’하는 이유
세계 주요국들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함께 나타나는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에도 소비가 예상만큼 늘지 않았고, 이에 기업들도 가격 인하 압력을 받으면서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30년 전 일본처럼 장기 침체기에 돌입했다는 경고도 나온다.
25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중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7% 상승에 그쳤고, 공장 출고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세계 주요국과 정반대 흐름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급격하게 하락했음에도 5%를 나타냈고, 유럽연합(EU)과 영국은 각각 8.3%, 10.1%를 기록했다.
CNN은 “지난해 말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해제됐고, 중국 인민은행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금융시스템에 현금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중국의 물가는 정체 또는 하락세”라며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 상태”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인민은행은 소비 장려를 위해 은행 유동성 확대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를 보면, 중국에서는 지난 15개월간 5조6000억달러까지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인들은 소비보단 저축에 힘을 싣고 있다. 인민은행의 ‘2023년 1분기 도시예금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저축·투자 의향 중 ‘더 많이 저축한다’는 응답률이 58.0%로 가장 높았다. ‘더 많이 소비한다’와 ‘더 많이 투자한다’는 각각 23.2%, 18.8%에 불과했다.
CNN은 물가 하락과 기록적인 통화 공급의 ‘비정상적 조합’이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러왔다고 봤다. 소비자와 기업은 물가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해 소비, 투자를 미룰 수 있고 이는 추가적인 물가 하락을 가져온다. 결국 기업의 수익성이 낮아져 임금도 낮아지고, 가계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미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최고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류위휘 교수는 최근 한 연설에서 “중국의 현 경제 상황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디플레이션이 시작돼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부동산 가격과 금융자산이 오르지 않아 실물경제 회복력이 여전히 약하고, 가계는 부채가 너무 많아 소비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고 했다.
또한 류 교수는 “부동산 폭락과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이 바닥난 지자체들도 빚 때문에 좀비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중국의 현 상황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15년 전 미국이자 (장기 침체가 시작된) 30년 전의 일본”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 거품 붕괴 이후 만성적 저성장과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최악의 장기 불황인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바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이같은 디플레이션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푸링후이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현재 중국은 디플레이션이 없고, 다음 단계에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식품과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CPI가 1분기에 0.8% 올라 시장에선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중국은 통화 공급량 증가와 함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상승해 전반적으로 디플레이션은 없다”고 말했다. 푸 대변인은 하반기부터 CPI가 적정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ANZ리서치의 레이먼드 영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GDP가 1분기에 4.5% 성장했지만, 이 성장은 3년간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소비자의 억제된 수요 영향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를 제거한다면 GDP 성장률은 2.6%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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