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kg 판에 사람 깔린 한국제강…‘안전제일’ 옷 입은 대표

장현은 2023. 4. 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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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없습니다."

26일 오전 10시께 창원지법 마산지원 220호 법정에서 한국제강 대표이사인 성아무개씨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3월 경남 함안군에 위치한 한국제강 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인 60대 노동자 ㄱ씨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무게 1220kg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사망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서 성씨는 팔 쪽에 '안전제일' 마크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피고인석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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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현장] ‘중대재해’ 한국제강 대표 법정구속
광양제철소에서 일하다 2014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지능이 낮아진 한 노동자의 옷장 앞에 걸려있는 작업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할 말) 없습니다.”

26일 오전 10시께 창원지법 마산지원 220호 법정에서 한국제강 대표이사인 성아무개씨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성씨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에 처한다는 선고를 내린 직후였다.

이날 ‘안전제일’이라는 마크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피고인석에 섰던 성씨는 법정 구속됐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첫번째 실형 선고이자 법정 구속 사례다.

‘작업계획서’ 없이 일하다 숨진 하청노동자

이날 선고는 한국제강 하청 노동자 사망 사고가 난 지 1년 1개월 만에 이뤄졌다. 지난해 3월 경남 함안군에 위치한 한국제강 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인 60대 노동자 ㄱ씨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무게 1220kg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사망했다.

ㄱ씨는 성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한국제강과 도급계약을 맺은 강백산업 소속 하청 노동자였다. 그는 이 같은 ‘중량물 취급 작업’에 필요한 ‘작업계획서’도 없는 상태에서 작업하다 사망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서 성씨는 팔 쪽에 ‘안전제일’ 마크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피고인석에 섰다. 판사가 범죄사실과 양형 이유를 줄줄이 읊을 때도 성씨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재판부가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1년 실형을 선고했을 때도 크게 당황한 기색 없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선고를 보기 위해 마산지원을 찾은 중대재해전문가넷과 노조 관계자들은 집행유예 없이 법정 구속이 된다는 재판장의 언급이 나오자 잠시 술렁였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가 26일 오전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열린 한국제강 선고 직후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원청 대표이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점에 대해서 판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성씨가 경영책임자로 있던 한국제강은 성씨 옷에 새겨진 ‘안전제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제강은 2011년과 2021년 정부 안전 점검에서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ㄱ씨가 사망하기 1년여 전인 2021년 5월에도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지난 2월 항소심 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구체적 양형 이유”로 “경영책임자의 다수의 동종 전과”를 들며 “한국제강 사업장에는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성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며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을 준비할 기간이 부족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공포된 날부터 시행일까지 1년의 시행 기간이 있었고, 한국제강은 시행 유예 기간 중 (다른) 사망사고가 발생해 다른 사업장에 비해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및 이행 관련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더 컸다”고 지적했다.

하청업체 강백산업 대표인 강아무개씨 역시 법정에서 마지막 발언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나섰다. 지난해 사고 이후 5월31일 강백산업을 폐업하면서 판결문상 그의 직업란은 ‘무직’으로 기록돼있다. 강씨는 성씨의 법정 구속에 대해 “그 전 해(2021년)에도 사망사고가 있었어서 (구속을 아마 예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관련해서 신경을 쓰거나 하고 싶지 않다”며 항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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