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칸막이' 허문 대학들…'문과침공' 완화 효과는 '그닥'
"미적분·기하 표점 높을 수밖에 없는 점수 체계…극복 어려울 것"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현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는 문·이과 칸막이를 허무는 대학이 늘어난다.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교육당국의 의지에 대학들이 호응한 결과다. 그러나 소위 '문과침공'을 완화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6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공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17개 대학은 2025학년도부터 수능 선택과목과 관계없이 자연·공학·의학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확률과통계, 사회탐구를 응시한 문과생도 자연계열에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능 필수 응시과목을 해제한 17개 대학은 건국대·경희대·광운대·국민대·동국대·서울과기대·성균관대·세종대·숭실대·아주대·연세대·이화여대·인하대·중앙대·한국항공대·한양대·한양대 ERICA캠퍼스다.
고려대·서울시립대·숙명여대·영남대·원광대·한국교원대 등 6개 대학은 '수학 미적분·기하와 과탐 필수'에서 '수학 미적분·기하 필수 또는 과탐 필수'로 완화했다.
이미 2024학년도 대입에서부터 수능 필수 응시과목을 해제·조정한 대학도 일부 있다. 서강대는 정시에서 자연계열 수학·탐구 응시 과목 지정을 폐지했다. 성균관대도 자연계열 수학·탐구 응시 기준을 폐지했지만 최소 1과목 과탐을 선택하도록 했다.
광운대는 정시에서 수학 미적분·기하 10%, 과탐 5% 가산점을 폐지했다. 경희대는 인문·자연계열을 분할 모집하는 지리·한의예·간호·건축학과 인문계열을 선발할 때 수학은 확률과통계, 탐구는 사탐 2과목을 응시하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는 통합수능 보완책의 일환이다. 현행 통합수능 조정점수체계에서는 국어·수학 영역에서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차이가 생긴다. 그로 인해 표준점수에서 유리한 미적분·기하 선택 수험생이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에 지원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른바 '문과침공'이다.
이에 지난 1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통합수능 보완책을 강구하겠다면서 수능 난이도 조절, 대학 선발방식 개선 등 2가지 방안을 언급했다.
이후 교육부는 올해 '고교교육 기여 대학 지원 사업'에서 수능 필수 응시과목 폐지, 탐구 변환표준점수 통합 산출 등 통합수능 취지를 살려 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을 우대하는 항목을 만들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을 적정 난도로 출제해 선택과목 간 유불리가 없도록 하는 건 수능 출제 면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협력하는 것"이라며 "대입 전형 운영 측면에서는 대학들과 통합형 교육 취지에 맞게 지원 자격을 완화하자는 내용으로 1월부터 협의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실제 문과침공을 완화하는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행 점수조정체계에서 미적분·기하의 표준점수가 높게 산출되기 때문에 확률과통계 선택 수험생들에게 여전히 불리하다는 것이다.
필수 응시과목을 해제하더라도 전형 운영 과정에서 대학들이 모집단위에 따라 선택과목별 가산점을 부여할 가능성도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예를 들어 미적분·기하 응시자에게 3% 가산점을 준다면 극복 가능한 수치로 보이기 때문에 지원율을 높일 수는 있으나 실제 극복할 가능성은 작다"며 "기회는 주되 획득은 어려운 구조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수학 미적분·기하를 선택하되 사회탐구를 응시해 자연계열에 지원하는 문과생이 늘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적분·기하와 과학탐구를 모두 응시해야 자연계열에 지원할 수 있었던 부담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 입장에서 형식적으로는 (계열에 상관없이 지원이) 가능하나 수학 선택과목간 점수 차, 가산점 부여 등 동일 대학 내에서도 학과별 유불리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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