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아반도를 막았고, 인삼공사는 플로터를 못 막았다

박강수 2023. 4. 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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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작전의 승리였다.

세간의 전망은 정규시즌 1위 팀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의 근소 우위로 기울었다.

인삼공사의 필리핀 가드 아반도는 에스케이의 천적이었다.

손대범 <케이비에스엔(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플로터는 일단 진입하면 못 막는다. 선수의 감이 안 좋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라며 "진입 자체를 막아야 하는데 그 시작점이 2 대 2 투맨 게임이다. (인삼공사는) 이 수비가 잘 안 됐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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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절실한 인삼공사, 2차전은 “하던 대로 해야”
전희철(오른쪽) 서울 에스케이(SK) 감독과 자밀 워니가 25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 안양 KGC인삼공사와 경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KBL 제공

25일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작전의 승리였다. 세간의 전망은 정규시즌 1위 팀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의 근소 우위로 기울었다. 전희철 서울 에스케이(SK)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저도 우리가 열세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스포츠와 드라마는 반전이 묘미다. 반전을 쓰겠다”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결과는 에스케이의 77-69 승. 전 감독의 비책이 통했다.

큰 틀은 유지한 채 전희철 감독이 가미한 전술적 선택은 두 줄기였다. 첫번째, 렌즈 아반도에 더블팀(한 선수를 두 명이 수비하는 것) 수비를 붙여 봉쇄할 것. 인삼공사의 필리핀 가드 아반도는 에스케이의 천적이었다. 정규시즌 아반도는 평균 18분을 뛰고 9득점을 올렸는데, 에스케이와 붙은 다섯 경기에서는 평균 31분을 소화하면서 20.4득점 4리바운드 2.8도움을 기록했다. 3점 성공률은 64.7%에 이른다.

챔프전의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를 통제하기 위한 아반도 대책은 정확히 먹혔다. 1쿼터 종료 약 2분15초를 남기고 아반도가 외곽에서 공을 잡자 김선형과 최성원이 에워싸고 사이드라인으로 밀어붙이는 장면이 나왔다. 아반도는 이날 20분32초를 뛰면서 4득점 1리바운드에 그쳤다. 3점은 시도조차 못했다. 경기 뒤 전 감독은 이긴 것 만큼이나 아반도 봉쇄가 먹혀든 게 기쁘다고 했다.

에스케이의 김선형(가운데)이 챔프전 1차전 승리 뒤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KBL 제공

전 감독이 공표한 두 번째 기조는 이른바 “몰빵 농구”였다. 원투 펀치 김선형과 자밀 워니에 공격 작업을 ‘몰빵’하고 다른 선수들은 둘을 위한 공간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 이 역시 적중했다. 이날 김선형은 22득점, 워니는 23득점을 뽑아내며 도합 45득점(팀 득점의 58%)을 책임졌다. 구체적인 지령은 없었지만 전 감독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둘의 ‘플로터’였다.

플로터는 농구 기술의 한 종류로 레이업을 할 것처럼 파고 들다가 이른 타이밍에 한 손으로 골밑 슛을 쏘듯 공을 띄우는 슈팅이다. 레이업을 위해 림 안쪽까지 뛰어들 때보다 체력 소모가 덜하고 수비 견제도 덜 받는다. 리그 최고의 플로터 장인인 워니는 이날 자유투와 점퍼를 제외한 모든 득점(18점)을 플로터로 만들었고 김선형도 플로터로만 14점을 뽑았다.

경기 뒤 전희철 감독은 “워니랑 김선형을 막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신다. 알아도 말씀 못 드리지만 사실 플로터를 던져버리면 막을 수가 없다”라고 했다. 손대범 <케이비에스엔(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플로터는 일단 진입하면 못 막는다. 선수의 감이 안 좋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라며 “진입 자체를 막아야 하는데 그 시작점이 2 대 2 투맨 게임이다. (인삼공사는) 이 수비가 잘 안 됐다”라고 분석했다.

김상식 인삼공사 감독이 에스케이와 챔프전 1차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KBL 제공

아반도는 막혔고 플로터는 막지 못했다. 이 불균형을 만든 전 감독의 지략에 이제 인삼공사가 응답할 차례다. 손대범 해설위원은 “김상식 인삼공사 감독이 늘 강조하는 게 ‘하던 대로 하자’다. 인삼공사는 하던 대로 할 때 제일 강한 팀이다. 이게 되면 어느 팀이든 이길 수 있다. 1차전은 준비 부족이 아니라 준비한 게 아예 안 됐던 경기”라고 평했다. 이번에는 인삼공사가 반전의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2차전은 27일 안양체육관에서 펼쳐진다.

안양/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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