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금융포럼] 마이클 오리어리 “애플카드 등 ‘임베디드 금융’은 대세… 시너지 창출이 관건”
“램프의 요정 지니를 다시 램프에 넣을 방법은 없다. 우리는 모든 회사가 은행이 되기를 원하는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누구나 할 수 있게 됐기에 많은 사람들이 시도할 전망이다. 향후 10년 동안 가장 큰 관건은 비금융사가 얼마나 자사 제품과 연관성 있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롭고 고유한 가치를 제공하며, 결과적으로 얼마나 브랜드의 가치를 창출할지가 될 것이다.”
세계 최대의 럭셔리 소비재 기업인 LVMH의 투자 전문 자회사 앨 캐터튼(L Catterton)에 몸담고 있는 마이클 오리어리(Michael O’Leary) 파트너는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3 미래금융포럼’에서 ‘모든 기업이 당신의 은행이 되고자 할 때’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이같이 말했다.
오리어리 파트너는 미국 상원 의회와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 정책 고문으로 활동한 경제 전문가다. 미 하버드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스탠퍼드 경영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기업들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소개하는 책 ‘어카운터블(Accountable)’이 있다.
이날 오리어리 파트너는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에 대해 소개했다. 비금융과의 협업을 통한 금융 서비스인 임베디드 금융은 비금융회사가 금융회사의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을 중개·재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자사 플랫폼에 핀테크 기능을 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임베디드 금융이 확산되고 있는 배경으로 오리어리 파트너는 “정부의 폭넓은 지원 하에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례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재무장관에게 비금융사가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금융소비자가 얻는 효과를 평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면서 “이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이런 새로운 경쟁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임베디드 금융 확산을 지원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리어리 파트너는 “전통적인 금융사는 내부 통합 시스템 구축을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야 했고, IT 예산의 3분의 2 이상을 혁신이 아닌 유지·보수에 사용하고 있다. 이는 비금융사의 금융업 진출을 어렵게 했다”면서 “그러나 최근엔 클라우드·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등의 등장으로 이 어려운 작업을 외주화할 수 있게 됐다. 어떤 회사든지 자신의 고객에게 빠르고 쉽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어리 파트너는 임베디드 금융 사례로 애플 카드, 월마트 머니카드, 온라인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Lyft) 등을 제시했다. 이런 비금융사가 다양한 업체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돈·시간 등 비용을 절감해 신용카드·체크카드·대출·은행 계좌 개설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인들은 하루에 100번씩 스마트폰을 확인하는데, 애플은 이미 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애플이 신용카드를 출시하자 고객의 모든 지출, 신용, 결제가 애플의 아이폰 생태계 안에서 일어나게 됐다”면서 “이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동시에 아이폰의 이용도를 높였고, 나아가 삼성 등 다른 브랜드로의 이탈 가능성을 낮춰 결과적으로 고객 충성도를 더 높이게 됐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임베디드 금융 시장 가치는 220억달러에 이른다. 2021년 기준 임베디드 금융 거래는 미국 시장에서 5% 정도인 2조6000억달러로 나타났는데,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5년 동안 이 비중이 두 배 이상 증가해 10%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 비금융사의 임원 절반이 자체적으로 임베디드 금융을 제공하기 위한 투자에 찬성하고 있기도 하다는 게 오리어리 파트너의 설명이다.
오리어리 파트너는 임베디드 금융 경쟁에 필요한 요소로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고객 기반이다. 그는 “고객 만족도와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는 이미 전통적인 금융사에 비해 우위에 있다”면서 “이미 고객들이 그 브랜드의 생태계 안에 있기에 추가 비용 지불 없이도 즉각적인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리어리 파트너는 “새로운 임베디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고객에게 실질적이고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 번째로 생각해야 할 것은 기존 고객이 어떤 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 고민하고 기존 서비스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확장해야 하는 것”이라며 “테슬라를 예로 들면 금융 서비스를 자동차 보험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합리적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무엇보다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회사에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금융을 포함시키는 것은 최소한의 고객 획득 비용으로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얻는 평생 가치, 즉 수익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위함”이라는 게 오리어리 파트너의 설명이다.
오리어리 파트너는 마지막으로 “금융 시스템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미국 소비자 28%만이 은행이 공정하고 정직하다고 믿는다”면서 “반면 브랜드가 있는 비금융사는 고객과 이미 이런 신뢰를 쌓았고, 이는 오늘날 금융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보다 더 나은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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