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상에 개러스 에반스 전 호주 외교부 장관

전지혜 2023. 4. 2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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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은 강요배 화백…5월 30일 시상식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개러스 에반스(Gareth Evans·78) 전 호주 외교부 장관이 선정됐다.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 제주4·3평화상 수상자인 개러스 에반스(왼쪽) 전 호주 외교부 장관과 특별상 수상자인 강요배 화백. [제주4·3평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4·3평화상위원회는 제5회 4·3평화상 수상자에 개러스 에반스 전 장관을 선정, 당사자 수락을 받아 최종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특별상은 4·3의 실체를 미술작품으로 재현해 세상에 알리며 진상규명에 기여한 강요배(71) 화백이 받게 됐다.

호주 출신인 개러스 에반스 전 장관은 변호사, 정치가, 외교관, 국제 활동가로서 호주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캄보디아 내전을 해결하기 위해 '캄보디아 유엔 평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캄보디아의 평화를 정착시킨 '파리 평화조약' 체결에 기여했다.

이를 계기로 국가폭력에 의한 대량 학살이 발생할 경우 민간인 보호를 위해 유엔이 개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을 국제규범으로 만들고, 이를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핵무기 확산 방지와 화학무기 금지 등 평화를 위한 활동도 펼쳤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핵확산 방지 및 핵무기 폐기를 위한 아시아 태평양 지도자 네트워크(APLN)를 창설하고 의장을 역임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 아시아지역포럼 등 국제공동체 수립을 통해 아태 지역 안보와 경제 번영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학문적 노력도 병행해 수많은 저서와 학술 논문, 보고서를 출판했다. 2010∼2019년 호주국립대 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호주국립대 명예교수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프린스턴, 예일, 스탠퍼드 등에서 강연하며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평화상위원회는 그의 노력이 4·3이 추구해 온 평화·인권·민주 등의 가치와 밀접히 연관돼있으며, 미얀마 사태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인권이 경시되고 국가폭력이 만연한 오늘날 그의 4·3평화상 수상이 세계를 향해 매우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1년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에반스 전 호주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별상 수상자인 강요배 화백은 제주 출신으로 1980년대부터 민중미술을 시작하며 역사적인 시각을 작품에 투영했다.

1988년 '한반도는 미국을 본다'는 주제의 동인전을 계기로 고향 제주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람의 죽음, 살아남은 사람들의 울분과 눈물, 침묵에 대해 고민했다.

1989년 4·3 유적지를 순례한 뒤 3년여의 작업 끝에 1992년 서울에서 '제주민중항쟁사'전을 열었다. '항쟁의 뿌리', '해방', '탄압', '항쟁', '학살' 등 5개 주제로 전시된 50점의 4·3 연작은 4·3을 전혀 몰랐던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다.

이후 1998년 4·3 50주년 기념 '동백꽃 지다' 전시회에서 14점의 작품이 추가되면서 4·3 연작이 64점에 이르게 됐다.

이 전시회는 제주도민의 저항과 처참한 비극을 드러내면서 4·3특별법 제정 운동에 전국적인 동력이 됐다. 또 이때부터 동백꽃이 4·3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4·3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

이후 2008년에는 4·3평화기념관 개관 기념 특별전 '강요배의 4·3역사화-동백꽃 지다', 4·3 70주년인 2018년에는 '메멘토, 동백'전을 열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작품이 거듭 추가돼 총 80여점에 이른다.

이와 함께 1994년 제1회 4·3미술제부터 현재까지 지속해서 4·3 역사를 작품으로 다룸으로써 4·3 미술을 이끈 선구자이자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평화상위원회는 26년간 이어진 4·3 연작 전시를 통해 미술을 매개로 4·3 실체를 생생히 알린 이래 현재까지 지속해서 활동하고 있는 강 화백의 공적이 평화상 제정 목적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강요배 화백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상식은 다음 달 30일 오후 5시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열린다.

4·3평화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만달러(한화 6천600만원),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만달러(한화 1천300만원)가 각각 수여된다.

4·3평화상은 4·3을 화해와 상생의 신념으로 해결한 제주인의 평화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지난 2015년 첫 시상이 이뤄졌다. 4·3 해결에 기여했거나 인류 평화, 인권 신장, 민주 발전, 사회 통합에 공헌한 국제적인 인사를 선정해 격년으로 시상한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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