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밀당은 끝났다, PIT-레이놀즈 1억 달러 계약의 상징성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외야수 브라이언 레이놀즈의 '밀당'이 끝났다. 겨울 내내 이어졌던 양측의 줄다리기는 팬들이 바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레이놀즈는 피츠버그를 떠나지 않는다.
26일(한국시간) 발표된 피츠버그와 레이놀즈의 계약 규모는 8년 1억675만 달러다. 올해 연봉 675만 달러가 포함된 것으로, 사실상 7년 1억 달러 계약이다. 2024년 연봉 1000만 달러, 2025년 1200만 달러, 2026년 1400만 달러에 이어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연봉 1500만 달러로 고정된다. 계약 보너스 200만 달러가 걸려 있고, 2031년 팀 옵션 2000만 달러와 바이아웃 200만 달러가 있다. 이로 인해 레이놀즈는 최대 1억2475만 달러를 챙길 수 있다.
직전 협상에서 암초였던 옵트아웃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초 레이놀즈는 계약 4년차 이후 FA가 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피츠버그가 거절하면서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 피츠버그는 최근 기본적으로 삽입되는 옵트아웃 조항에 대해 거부감이 심한 구단이다.
트레이드 거부권은 포함됐다. 전 구단은 아니고 매년 6개 구단을 지정할 수 있다. 이마저도 인색하게 보이지만, 사실 피츠버그가 트레이드 거부권을 넣어준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2006년 이후 그 누구에게도 보장하지 않았다. 피츠버그는 팀 사정상 선수 관리가 유동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옵트아웃과 트레이드 거부권은 이를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선수에게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잘 주지 않았다.
즉 이번 계약은 피츠버그의 방침을 깨뜨린 계약이다. 피츠버그가 1억 달러 계약을 안겨준 것도 레이놀즈가 처음이다. 심지어 레이놀즈는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한 바 있다.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최선을 다한 계약이라고 자부할 것이다.
피츠버그 최대 규모 계약
1. 브라이언 레이놀즈 : 1억675만 달러 (8년)
2. 키브라이언 헤이즈 : 7000만 달러 (8년)
3. 제이슨 켄달 : 6000만 달러 (6년)
4. 앤드류 매커친 : 5150만 달러 (6년)
외부 시선은 다르다. 레이놀즈가 얼마나 피츠버그에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유망주들도 1억 달러 계약을 받는 시대다. 반면 레이놀즈는 메이저리그에서 검증이 끝난 선수다. 시장에 나왔다면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이는 작년 4월 호세 라미레스의 연장 계약(7년 1억4100만 달러)이 떠오를 정도로 팀 친화적인 계약이다.
레이놀즈는 앤드류 매커친의 유산이다. 2018년 1월 매커친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 되면서 피츠버그로 넘어왔다. 피츠버그의 안목은 정확했다. 이듬해 신인왕 4위로 데뷔한 레이놀즈는 2021년 리그 올스타 선수로 도약했다(타율 .302 24홈런 90타점).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쌓은 '팬그래프닷컴' 승리기여도 12.5는 팀 내 1위였다. 2위 키브라이언 헤이즈(6.8)와 3위 애덤 프레이저(6.3)의 기록을 합친 것과 비슷했다.
2010년대 초중반 피츠버그는 매커친을 중심으로 스탈링 마르테와 그레고리 폴랑코가 황금 외야진을 구축했다. 그리고 매커친의 이적으로 황금 외야진이 해체됐다. 세대 교체를 해야 하는 시점에 레이놀즈가 등장하면서 재빨리 또 다른 구심점을 찾았다.
2019-22년 NL 외야수 승리기여도
19.1 - 후안 소토
14.9 - 브라이스 하퍼
14.3 -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13.3 - 제프 맥닐
13.2 - 무키 베츠
12.5 - 브라이언 레이놀즈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성장한 레이놀즈의 가치는 매년 상승했다. 트레이드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관심을 보인 팀들이 많았다. 특히 뉴욕 매체는 양키스가 레이놀즈를 데리고 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스위치히터로서 좌우타석 균형이 잘 잡힌 레이놀즈는 외야수와 좌타자가 고민인 양키스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트레이드는 쉽지 않았다. 피츠버그는 워싱턴 내셔널스가 후안 소토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보내면서 받아온 대가 수준을 원했다. 레이놀즈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상위 유망주들을 대거 내주는 건 위험한 도박이었다.
그렇다고 연장 계약도 쉽지 않았다. 양측 이견 차가 컸다. 레이놀즈는 8년 1억3400만 달러, 피츠버그는 6년 8000만 달러 계약을 제시했다. 5000만 달러가 넘는 차이였다. 피츠버그의 제안이 1억 달러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측은 결별 수순을 밟는 듯 했다.
연장 계약 협상을 마무리 하지 못한 레이놀즈는 이번 시즌 초반 불타올랐다. 첫 8경기에서 33타수 14안타(.424) 5홈런 14타점을 쏟아 부었다. 레이놀즈는 개막 첫 주 '이주의 선수'로 선정됐다. 피츠버그 선수로는 2019년 7월 애덤 프레이저 이후 약 4년 만이었다. 'MLB네트워크'는 레이놀즈의 레그킥과 토탭이 간결해지면서 불리한 카운트도 대처하는 능력이 좋아졌다고 분석하며 "그가 1억 달러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놀라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레이놀즈는 공교롭게도 초반 상승세가 꺾였다. 최근 13경기 48타수 10안타(.208)에 그쳤고, 4월 8일 이후 15경기 연속 홈런이 없다. 피츠버그는 레이놀즈의 성적이 주춤한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모양새로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 오늘 피츠버그는 LA 다저스에게 패배하며 7연승이 중단됐지만, 현지 매체는 이렇게 정리했다.
'패배는 뼈아프지만, 오늘 하루가 모두 나빴던 건 아니다'
올해 피츠버그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이놀즈의 연장 계약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 시장 가치보다 낮은 규모의 계약이지만, 피츠버그가 계약 의지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된다. 구단 성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는 없어도 달라진 것 자체로 의미를 둘 수 있다.
레이놀즈는 근래 보기 드물게 돈보다 팀을 우선시 하는 계약을 맺었다. 피츠버그도 그동안 보기 드문 계약을 레이놀즈에게 안겨줬다. 서로간의 배려로 어긋날 뻔 했던 계약이 완성됐다. 향후 계약의 승자와 패자를 따지는 결과에서 패자는 나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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