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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사 2023. 4. 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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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 키워드로 정리한 2023 워치스 앤 원더스의 시계 출시 경향.

이번에 출시된 작은 시계를 현장에서 직접 착용하거나 촬영한 모습. 왼쪽 위는 튜더 블랙 베이 54. 오른쪽 위의 시계 3개는 태그호이어 까레라 36. 왼쪽 아래는 파네라이 라디오미르 콰란타. 오른쪽 아래는 바쉐론 콘스탄틴 오버시즈 34.

작은 시계

40mm 이하 남성 시계를 찾기 힘든 시절이 지나고 있다. 2023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눈에 띄는 경향 중 하나는 예전에 비해 작은 시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름 38mm보다 작은, 지름 36mm나 34mm 시계도 상당히 많이 출시되었다. 튜더 블랙 베이 54는 37mm, 쇼파드의 신형 L.U.C.는 36.5mm, 바쉐론 콘스탄틴도 지름 35mm 크기의 오버시즈를 출시했다. 태그호이어 역시 신형 까레라 라인업 중 지름이 36mm인 시계가 있다. 하이엔드 시계와 조금 더 가격대가 낮은 시계에서 모두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지름 30mm대 중반의 소형 시계가 계속 출시되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보석이나 머더오브펄 등의 세공 요소를 붙인 여성향 시계였다. 올해 출시된 작은 시계들은 여러모로 다르다. 일단 출시한 브랜드가 굉장히 많다. 요 몇 년 동안 소형 시계가 한 번에 이렇게 많이 나온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한층 남성적이며 최소 유니섹스 지향이다. 남자가 차도 되지만 여자가 차도 된다. 전문가 집단과 시장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튜더 블랙 베이 54를 이번 박람회 최고의 시계로 꼽는 해외 저널리스트들이 있었다.

새로 나온 IWC 인제니어 40을 브랜드 부스에서 보여주는 모습. IWC는 레트로 느낌의 인제니어 전용 시계 케이스까지 제작하는 등 복각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외에도 여러 브랜드에서 복각이나 레트로풍 시계를 출시한 걸 확인했다.

복각

복각 혹은 레트로 지향. 이 역시 올해 직접적으로 보이는 경향이었다. 이 부문의 대표는 IWC 인제니어다. IWC는 아예 부스를 1970년대 무드로 꾸밀 정도로 시계와 그를 둘러싼 분위기를 전하는 데 열심이었고, 시장도 (폭발적 예약 구매로) 뜨겁게 화답했다. 튜더 블랙 베이 54 역시 1954년 개발된 빈티지 시계의 복각이다. 튜더 블랙 베이 54의 현행 브레이슬릿이 빈티지 롤렉스와 튜더 케이스에 호환될 정도다. 직접적 복각이 아니어도 태그호이어의 올해 대표 모델인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글라스박스의 경우 노골적인 레트로 지향 시계다.

작은 시계 유행과 복각 및 레트로 지향은 상호 보완적이다. 옛날 시계가 작았기 때문이다. 20세기 중후반에는 남성 시계도 지름 40mm를 넘는 게 많지 않았다. 2023년판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은 당시 사이즈 그대로 지름 40mm로 나왔는데, 이 사이즈는 당시에 ‘점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렇다면 왜 복각과 레트로가 유행하는가, 라는 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옛날 디자인이 꾸준하게 인기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와치의 몸에 문워치의 생김새만 입힌 ‘문스와치’가 팔려 나가는 건 스위스 시계에 신호 역할을 했을 것이다.

바쉐론 콘스탄틴 2023년 신제품 패트리모니 레트로그레이드 데이-데이트. 엄밀히 말해 바쉐론 콘스탄틴은 트렌드와 상관없이 1940년대부터 새먼 컬러 다이얼 제품을 선보여왔다. 그래도 이런 사례들이 모이고 쌓여 트렌드로 나타나기도 한다.

새먼 컬러

시계 다이얼 색은 흰색과 검은색이 주였는데 10여 년 전부터 온갖 브랜드가 푸른색 다이얼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푸른색은 시계 다이얼에서 으레 나오는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푸른색 이후 새로운 컬러 옵션으로 ‘새먼 컬러’라 부르는 분홍색이 인기를 얻는 분위기다.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에도 복수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새먼 컬러 다이얼 신제품을 출시했다. 쇼파드는 자사 신제품 2종에 새먼 컬러 다이얼을 썼다. 바쉐론 콘스탄틴도 새먼 컬러 다이얼 신모델을 출시했다. 고급 독립 시계 브랜드 로랑 페리에도 새먼 컬러 다이얼을 적용했다.

새먼 컬러 다이얼은 꾸준한 트렌드다. 파텍 필립, 노모스, A. 랑에 운트 죄네 등이 새먼 컬러 다이얼을 선보였다. 새먼 컬러 다이얼은 한 번에 10개를 선보인 게 아니라 몇 년 동안 꾸준히 쌓이는 중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미묘한 유니섹스 지향성 때문이라 본다. 변명 같지만 새먼 컬러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 쉽지 않은 색이다. 분홍이라고 하자니 탁하고 구리색이라고 하자니 분홍빛이 도는데 그걸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새먼 컬러’라는 영어뿐이다. 이 절묘한 모호함이 새먼 컬러의 경쟁력 아닐까? 새먼 컬러 다이얼이라면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테니까.

쉬운 줄 교체

스트랩과 브레이슬릿의 교체를 손쉽게 하는 것도 요 몇 년간 두드러지는 고급 시계 업계의 트렌드다. 이제는 말하자면 ‘2세대 교환 가능 브레이슬릿’이 나와서 전작보다 더 편안하게 스트랩과 브레이슬릿을 교체할 수 있는 방법들이 소개됐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대표적인 예다. 워치스 앤 원더스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불가리도 제네바에서 열린 쇼룸에서 새로 나온 옥토 로마 오토매틱의 진보적인 스트랩 교체 방식을 선보였다. 쉽게 교체 가능한 스트랩/브레이슬릿은 이제 현대 고급 시계의 기본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이유는 뭘까. “고객이 원하기 때문에.” 시계 브랜드의 답이다.

그도 맞을 것이다. 시계는 비싸고 스트랩은 시계보다 싼데 스트랩을 바꾸면 시계를 확 바꾼 느낌이 든다. 여름의 메탈 브레이슬릿과 겨울의 스트랩 같은 식으로 계절 따라 바꿔 차기도 쉽다. 아울러 전용 스트랩 판매 기대라는 사업적인 목표도 있을 것이다. 보통 쉽게 교환할 수 있는 스트랩은 자사 정품 스트랩과 브레이슬릿을 쓸 때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 시계 하나를 사면 자연스럽게 시계 회사의 애프터세일즈 공급망에까지 편입되는 셈이다. 시계를 두 개 팔 수 없으면 스트랩이라도 두 개 팔겠다는, 저성장 시대를 맞이한 시계 브랜드의 결의가 돋보인다.

Editor : 박찬용 | Photography : 신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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