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분기 매출 반토막에 3조원대 적자…반도체 한파

지난해 4분기에 1조9천억원 적자 전환
2분기에도 업황 악화, 연간 적자 우려

경기도 이천시 에스케이(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3조4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9억원을 더하면 적자 규모가 5조원을 넘는다. 하이닉스가 에스케이그룹에 편입된 2012년 이후 사상 최대 적자다. 경기 침체 여파로 올해 2분기 실적 개선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1~3월)에 매출 5조881억원, 영업손실 3조4023억원을 기록했다는 잠정 실적을 26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분기) 매출(12조1557억원)과 견줘 58% 감소했고, 2조8639억원이었던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했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영업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1조8984억원의 손실을 내며 분기 기준으로 10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하이닉스가 에스케이에 편입된 해인 2012년 3분기에 240억원 영업손실을 낸 이후 최대 적자 규모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3조4023억원으로 더 커졌다. 올해 2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 개선이 어려워 2012년 이후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하강 국면 상황이 1분기에도 지속해 수요 부진과 제품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졌다”며 “다만 1분기에 고객 보유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2분기부턴 메모리 감산에 따른 공급 기업의 재고도 줄어들어 하반기부터 시장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기존 디디알(DDR) 4 제품 등 대한 투자를 줄이고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반도체 투자 확대를 확대해 미래 수요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첨단 산업 발전으로 자사가 투자를 확대 중인 서버용 디디알 5, 고대역 메모리(HBM) 등 고성능 디(D)램과 176단 낸드 기반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판매가 늘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반등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올해 1분기에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요인이 생겼지만, 주요 고객사가 재고를 소진하거나 정보통신기기 수요가 살아날 때까지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중국 제재 여파로 국내 기업 메모리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영업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우현 부사장(CFO)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공장 운영 계획’에 대해 “중국 내 반도체 팹 운영에서 특별하게 계획 변화는 없다.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 중국 내 팹을 운영할 계획이고,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대해서도 유예될 것이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