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공 들이는 중국…상무부장 유럽행, 총리는 6월 독일 방문
중국이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과 리창(李强) 총리 등 고위급 인사들이 줄줄이 유럽 방문에 나서면서 투자와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중 갈등 속에서 경제적 관계를 고리로 미국과 유럽의 틈을 파고 들려는 전략이다.
중국 상무부는 왕 부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회담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두 사람은 회담에서 중국과 유럽 지도자들의 경제무역 공감대 이행과 양자 무역투자 협력 확대, 산업사슬 공급망 안정 유지, 제10차 중·유럽 경제무역 고위급 대화 준비 등에 대해 심도 있고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상무부는 전했다.
왕 부장은 같은 날 브뤼셀에서 프랑크 반덴부르크 벨기에 부총리 겸 사회·보건장관도 만났다. 중국 상무부는 왕 부장이 반덴부르크 부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양자 무역투자 촉진과 산압사슬 공급망 안정 유지, 녹색·저탄소 투자 협력 확대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앞서 지난 21일에는 프랑스를 찾아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만났고, 25일에는 독일을 방문해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를 만나는 등 유럽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왕 부장의 유럽 방문은 유럽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도에 유럽이 동참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짙다. EU가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 등을 줄이려 하는 상황에서 EU 의회의 저지로 중단된 EU와의 포괄적 투자협정 논의를 재개하는 것도 중국에는 중요한 과제다. EU는 다음달 비공식 외무장관 회의와 정상회의, 오는 6월 이사회 등을 통해 중·유럽 포괄적 투자협정과 대중 관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왕 부장의 최근 유럽 방문은 프랑스 대통령, EU 집행위원장, 독일 외무장관 등 유럽 지도자들이 중국을 방문하고 EU의 대중 정책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며 “대면 교류는 양측 관계에 긍정적 발전 모멘텀을 불어넣고 협력을 위한 기반을 모색하며 관계 심화를 방해하는 잠재적 오해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는 6월에는 리창 총리가 독일을 방문한다. 로이터통신과 슈피겔 등 현지매체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6월20일 리 총리를 베를린으로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양측 정부 간 협의를 위한 것으로 숄츠 총리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리 총리의 독일 방문은 지난달 총리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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