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청년 주 평균 21.6시간 돌봄에 쓴다

김향미 기자 2023. 4. 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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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은 일주일 평균 21.6시간을 돌봄에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가족을 돌보지 않는 청년에 비해 우울감이 높고 미래계획을 세우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진행한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족돌봄청년은 ‘중증질환, 장애, 정신질환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들 돌보고 있거나, 그로 인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청소년·청년’을 말한다. 정부가 이들에 관해 실태조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4~5월 전국 13~34세 4만383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으며, 이 중 1802명이 가족돌봄청년으로 파악됐다. 이어 지난해 7~9월 가족돌봄청년 810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가 진행됐다.

가족돌봄청년의 일주일 평균 돌봄시간은 21.6시간이며 주간 15시간 이상 돌봄을 부담하는 비율은 38.5%로 나타났다. 가족 중에서 돌봄 대상을 가장 많이 돌보고 책임지는 주돌봄자이면 돌봄시간이 일주일 평균 32.8시간에 달했다. ‘스스로 가족 돌봄 시간을 정할 수 있다면 희망하는 시간’을 물었더니 평균 14.3시간(주돌봄자 19.2시간)이라고 답했다. 실제 돌봄시간과 약 7.3시간(주돌봄자 13.6시간) 차가 난다.

“가족돌봄이라는 걸 하나 얻으면 그거 없이 사는 게 너무 자유로워 보이는 거예요. 1인분의 삶을 사는 게, 또래들 만날 때 그 괴리가 너무 컸던 것 같아요. 저는 저 자신도 신경 써야 하는데 누군가 한 사람을 더 계속 신경 써야 되고 그러니까 그 2인분을 감당하는 것 이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 저는 그게 제일 힘들었고...”
- 가족돌봄청년 조○○

이들이 가족을 돌본 기간은 평균 46.1개월이다. 주돌봄자는 54.7개월이었다. 절반 이상이 24개월 이상 돌봄을 제공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돌봄 대상 가족은 할머니(39.1%), 형제·자매(25.5%), 어머니(24.3%), 아버지(22.0%), 할아버지(22.0%) 순이었다. 돌봄 대상자의 건강 상태는 중증질환(25.7%), 장애인(24.2%), 정신질환(21.4%), 장기요양 인정 등급(19.4%), 치매(11.7%) 순으로 나타났다.

가족돌봄청년들은 구체적인 돌봄활동으로 가사(68.6%), 함께 시간 보내기(63.7%), 병원동행·약 챙기기(52.6%), 자기관리 돕기(39.1%), 이동돕기(38.4%) 등을 수행한다고 답했다. 가사활동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 가족돌봄청년의 비율은 약 34.4%로 비가족돌봄 청년(8.5%)보다 4배 이상이었다.

삶에 불만족하다는 응답 비율이 22.2%로 비가족돌봄청년(10.0%)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주돌봄자의 경우는 비가족돌봄청년의 3배 이상(32.9%)으로 나타났다. 우울감 유병률은 61.5%로 비가족돌봄청년(8.5%)의 7배 이상, 주돌봄자는 8배 이상(70.9%)으로 나타났다. 미래계획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6.7%이며, 주돌봄자는 그 비율이 46.8%로 더 높았다.

“할머니가 치매로 인해서 이상행동을 하는 그 상황이 너무 힘들었어요. 무기력해지고 우울하고 스스로도 ‘내가 이렇게 우울한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하면 다시 긍정적인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면서...”
- 가족돌봄청년 박○○

복지 지원을 이용해본 비율은 59.3%, 돌봄서비스를 이용해본 비율은 52.7%였다.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비용을 지출했을 때 사용 금액은 월평균 62만3000원이었다.

필요한 복지서비스로는 생계 지원(75.6%), 의료 지원(74.0%), 휴식 지원(71.4%), 문화여가(69.9%) 순으로 나타났다. 주돌봄자는 문화·여가보다 심리 지원(76.8%), 19~34세 청년은 휴식 지원(77.6%)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또래는 한창 아버지, 어머니가 활동하고 계시는데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거에 대한 공감을 받을 수가 없고, 물어볼 데가 없는 거예요. (...) 그래서 통합적인 창구가 필요할 것 같고 특히 영 케어러들한테는, 왜냐면 어른이 없고 보호자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또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커뮤니티 지원도 필요할 것 같고,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심리상담 같은 것도 필요할 것 같고...”
- 가족돌봄청년 김○○

국무조정실이 진행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은 전체 청년인구(19~34세)의 0.6% 수준(약 6만명)으로 추정됐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우선 학교·병원·지자체 등에서 가족돌봄청년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어 올 상반기 중 돌봄, 심리·정서, 휴식 등의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맞춤형 사회서비스 지원사업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 [시간 빈곤자의 2023년]②간병돌봄·일 병행 청년의 시간…“뭔가에 쫓기는 듯한 삶”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4021439001


☞ 서울 사는 ‘가족돌봄청년’ 5명 중 1명은 미성년자…월소득 100만원 미만이 절반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4191115001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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