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이카로스와 골퍼...추락은 비상의 전조(前兆)

방민준 2023. 4. 2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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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사진은 2023년 메이저 마스터스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그리스 신화의 다이달로스는 뛰어난 건축가이자 조각가·발명가였다. 그레타 섬을 방문한 그는 제우스와 에우로페의 아들인 미노스 왕의 환대를 받고 왕의 시녀와의 사이에서 이카로스를 낳았다. 비슷한 시기에 크레타의 왕비 파시파에가 포세이돈이 보낸 황소와 간음해 황소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이에 분노한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에게 이 괴물을 영원히 가둬둘 수 있는 미궁(迷宮)을 만들도록 했다. 미노스 왕은 나중에 다이달로스가 파시파에의 간음을 방조한 사실을 알고는 다이달로스와 그 아들 이카로스도 그 미궁에 가두었다.



 



손재주가 비상한 다이달로스는 자신이 만든 미궁에 갇혀 있으면서도 작은 창문으로 날아드는 새들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붙여 날개를 만들어 이카로스와 함께 미궁을 탈출했다. 다이달로스는 이카로스에게 너무 높이 날아 태양에 가까이 가지 말 것을 경고했으나 이카로스는 새처럼 나는 데 정신이 팔려 아버지의 경고를 잊고 높이 날아올랐다가 태양열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에게해에 떨어져 익사했다. 다이달로스는 이카로스의 시신을 건져 섬에 묻었다.



 



'이카로스의 날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과 그 한계를 상징한다. 동시에 비상 없이 추락이 없고 추락 없이는 비상도 있을 수 없다는 모순된 진리도 전한다. 날개가 있다는 것은 그것 때문에 날 수 있으나 결국 추락할 수밖에 없고 추락하더라도 날개 때문에 다시 날 수 있다는 수수께끼를 닮고 있다. 이 때문에 '이카로스의 날개'는 많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었고 샤갈, 루벤스 등 많은 화가들이 이를 소재로 명화를 남겼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그동안 수없이 추락했다. 컷오프를 당하기도 하고 꼴찌나 기권의 수모도 겪었다. 특히 불륜 스캔들에 휘말리고 의문의 교통사고로 바닥없는 추락으로 떨어지는 시기도 있었다. 그때마다 타이거 우즈는 '이카로스의 날개'를 펼쳐 '황제의 귀환'을 되풀이했다.



 



1996년 PGA투어에 뛰어든 그는 데뷔 첫해에 2승, 이듬해 4승 등 경이적인 우승 퍼레이드를 펼쳤다. 2010, 2011년 무승을 기록할 때까지 매년 1~9승을 올렸다. 이후 2년간 무승의 기간을 보낸 뒤 2012년 3승, 2013년 5승 등 완전히 부활한 모습을 보였다. 다시 2014~2016년 무승의 기간을 보낸 그는 2017-2018시즌 투어챔피언십 우승, 2018-2019시즌 마스터스 우승으로 진정한 황제의 귀환을 실현했다. 2019-2020시즌 조조챔피언십 우승 이후 그의 추락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1년 2월의 교통사고로 다시는 필드에 돌아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으나 다리를 절며 간헐적으로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PGA투어 통산 82승으로 샘 스니드의 최고기록과 타이를 이뤘고 메이저 우승 15승으로 잭 니클러스의 18승에 3승 뒤져 있다.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두 기록은 그에 의해 깨질 것으로 보였으나 지금으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에선 대회 컷 통과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는 대회에 나타나는 것만으로 골프팬들을 열광시키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골프황제도 추락이 뻔한 데도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데 주말 골퍼가 몇 번의 추락에 낙망해 실망 저주 자학에 휩싸이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어떤 의미에서 추락은 희망이다. 날개가 있기에 날 수 있었고 날 수 있었기에 추락도 있는 것이다.



추락하는 골퍼들이여, 그대의 추락은 날개가 있다는 증거이고 다시 비상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골퍼의 종말은 추락이 아니라 비상을 포기하는 순간임을 잊지 말자.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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