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터 장인보다 더 무서운 김선형의 플로터
농구에서 레이업 슛처럼 올라가다가 한 박자 빠르게 훅슛처럼 한 손으로 던져넣는 플로터는 정확성만 높힐 수 있다면 막기 힘든 슛 중 하나다. 주로 단신 선수들이 장신 선수들의 높은 블록슛을 피하기 위해 많이 시도하곤 한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플로터의 달인을 꼽는다면 서울 SK의 자밀 워니를 들 수 있다. 워니도 언더사이즈 빅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플로터를 연마해왔고, 지금은 알고도 당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워니와 한솥밥을 먹는 김선형도 이번 시즌 플로터의 비중을 크게 높였다. 그리고 이는 상대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무기가 됐다. 김선형의 플로터 장착은 여러 부수적인 효과도 낳는 등 SK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SK와 안양 KGC인삼공사의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승) 1차전은 김선형이 쏘는 플로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이날 김선형은 22점을 올리며 23점·10리바운드의 자밀 워니와 함께 팀의 77-69 승리를 이끌었다. 김선형이 올린 22점 중 14점이 페인트존에서 발생했다. 이 14점은 전부 플로터로 올린 것이었다. 오세근, 오마리 스펠맨 같은 장신 선수들을 앞에 두고 얄밉게 집어넣는 플로터에 KGC 선수들도 맥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김선형 본인이 직접 득점을 올리며 플로터의 가공할 위력을 선보였지만, 주목할 부분은 또 있었다. 김선형은 이날 득점 못지 않게 어시스트도 12개나 기록했다. 전희철 SK 감독은 경기 후 이 부분을 언급하며 “김선형이 플로터가 좋아지면서 어시스트가 많아졌다. 플로터는 상대 타이밍을 한 차례 뺏으면서 동시에 패스가 나가는 타이밍을 찾을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골밑 근처까지 직접 치고가 얹어놓는 레이업 슛은 장신 선수가 마음만 먹으면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점프해도 충분히 블록슛할 수 있다. 하지만 치고 들어가면서 한 박자 빠르게 높은 포물선으로 던지는 플로터는 어지간한 장신 선수라도 제자리 점프로 막기 힘들다. 즉, 앞으로 뛰어나오면서 점프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골밑에서 수비가 빈 선수가 생겨 찬스가 생긴다. 그렇다고 외곽에서 도움 수비가 오면 킥아웃 패스로 3점슛 찬스를 만들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그 순간에 맞춰 ‘패스길’을 볼 줄 아는 경지에 올라야 가능하다. 이번 시즌 어시스트 1위에 빛나는 김선형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김선형은 “상황에 따라 맞추는 플레이가 꽤 재밌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선형의 플로터는 체력을 아끼는 또 다른 효과도 불러왔다. 스크린을 이용해 큰 체력 소모 없이 공간을 찾아 들어가 득점을 올려 ‘장기전 같은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 큰 이득을 보고 있다. 김선형은 “내가 공격을 많이 하긴 하지만, 체력 소모가 적은 플로터를 많이 쏘다보니 지금 상황에서는 체력적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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