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변호사들, 러시아군 비판 처벌법 위헌소송 제기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범죄시하는 러시아에서 러시아군에 대한 비판을 처벌하는 법률에 대한 위헌소송이 제기됐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와 협력하는 일군의 러시아 변호사들은 러시아군을 비판하면 처벌하도록 한 법률의 위헌성 여부를 심판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신청했다.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인 지난해 3월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일련의 법률들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변호사들이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한 대상은 이 중 러시아군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최초 위반시에는 벌금, 1년 이내에 재차 위반할 시에는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이다. 해당 법률에 따라 지금까지 6500명 이상이 처벌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해당 법률에 따라 벌금 처분을 받은 러시아 시민 20명이 낸 것으로, 변호사 3명이 대리인을 맡고 다른 변호사 10여명이 지원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막심 필리포프는 모스크바 시내에서 “평화에 기회를”이라고 적힌 포스터를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650달러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OVD-인포의 비올레타 피츠너 변호사는 “해당 법은 오로지 반전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통과됐다”면서 “그러한 제약은 민주 사회에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전쟁 반대 목소리를 내거나 러시아 정부의 공식 용어인 ‘특별군사작전’ 대신 ‘전쟁’이라는 표현을 쓴 것만으로도 처벌받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일체의 비판이 봉쇄된 상태다.
지난 24일 모스크바 법원에서는 한 전직 경찰관이 친구들과 통화화면서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인명손실이 정부 발표보다 훨씬 크다고 말하는 등 ‘가짜정보’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는 데는 몇 달이 걸릴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철권 통치하는 러시아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들은 그러나 적어도 여론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은 다른 여론 통제 관련 법률들에 대해서도 위헌법률심판 소송을 낼 계획이다.
피츠너 변호사는 “반전 의사를 표명했다는 이유로 처벌된 이들에게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면서 “정권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민들의 권리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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