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밀거래 들통 ‘던힐’ 담배사…미 법무부에 8천억원 벌금

박병수 2023. 4. 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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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담배회사가 미국의 대북제재를 어겨 6억2900만 달러(8410억원)가 넘는 벌금을 내게 됐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TA)는 25일 2007년~2017년 사이에 싱가포르 자회사를 통해 북한과 몰래 거래한 사실을 인정하고 미국 법무부에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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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의 매슈 올슨 차관보가 25일(현지시각) 워싱턴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국 담배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카토바코’가 대북제재 위반을 인정하고 6억2900만 달러(8410억원)가 넘는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은 북한군을 위해 담배거래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북한인 1명과 중국인 2명의 인적사항과 이들에게 걸린 포상금 액수가 적힌 대형 설명문 모습. AP 연합뉴스

영국 담배회사가 미국의 대북제재를 어겨 6억2900만 달러(8410억원)가 넘는 벌금을 내게 됐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TA)는 25일 2007년~2017년 사이에 싱가포르 자회사를 통해 북한과 몰래 거래한 사실을 인정하고 미국 법무부에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매슈 올슨 미 법무구 차관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담배 밀거래는 북한이 핵무기 등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주요 자금원이 되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북한과 같은 불량 국가를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액수는 대북제재 벌금으로 미 법무부 역사상 최대 규모이다.

담배 ‘던힐’ ‘켄트’ 등으로 유명한 거대 담배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는 2007년 공개적으로 ‘더는 북한과 거래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뒤에도 몰래 북한에 담배 제품을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법무부는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가 자회사의 통제를 받는 별도 회사를 이용해 북한에 4억2800만달러(5717억원) 어치의 담배 제품을 팔았고 이를 판 돈은 자신의 계좌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몇 년간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는 북한이 담배 제조 사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협력했으며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확산 네트워크와 연결된 금융 조력자들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담배거래의 배후에 자신들이 있다는 사실을 감추려 위장회사를 내세워 거래했다. 법무부는 이 위장회사의 담배거래와 연관된 북한 은행가 심현섭(39)과 중국인 조력자 친궈밍(60), 한린린(41) 등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9년~2019년까지 북한군이 소유한 담배 제조회사를 위해 적어도 310차례에 걸쳐 문서를 위조하고 미국 은행을 속여 잎담배 거래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군은 소유한 담배회사를 통해 약 7억달러(9394억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미 당국이 전했다.

미 국무부는 이들 3명을 체포하는 데 도움 되는 정보를 제공하면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액수는 심씨는 500만달러(약 67억원), 친과 한은 각각 50만달러(약 6억7천만원)이다. 이들이 붙잡혀 재판 결과 유죄가 되면, 은행사기죄로 최대 30년의 법정형에 처해진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는 이날 성명을 내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과 관련된 과거 사업 활동에 대한 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법무부 및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과 합의했다”며 “미 당국에 지불해야 하는 총금액은 6억3524만1338달러에 이자를 더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잭 볼스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사업 활동에서 발생한 잘못된 일”에 후회한다며 “우리에게 요구된 가장 높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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