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F2023]수미 테리 "김정은 핵위협은 푸틴 따라 하기… 한미 脫동조화 노려"

노민호 기자 이창규 기자 2023. 4. 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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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미국서 '고립주의' 대통령 나올 것으로 보는 듯"
"美 확장억제 '선택지' 확대할 필요… 논의 계속해 가야"
수미 테리 미국 우드로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이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뉴스1 미래포럼 2023에서 북핵 위협 : 평가와 제안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4.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이창규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한미 등에 대한 '핵 선제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건 블라디미르 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식을 흉내낸 것이란 분석이 제시됐다.

수미 테리 미국 우드로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26일 오전 '북핵 위협: 평가와 제안'을 주제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한 '뉴스1 미래포럼 2023' 기조연설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핵·탄도미사일 기술, 전술핵무기 개발 등이 우려스러운 건 선제공격, 선제사용에 대한 위협도 동시에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들의 이익이 위협을 받으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북한이 얘기한 건 푸틴 대통령의 각본에서 따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작년 9월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란 법령을 채택했다. 이 법령엔 북한의 핵무력 사용 원칙·조건 등이 담겼다.

이 법령 제6조는 북한과 북한 지도부·핵무력 지휘기구, 북한의 중요 전략적 대상에 대한 핵·비핵공격이 단행되거나 임박한 경우, 그리고 작전상 불가피한 경우와 핵무기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된 경우 등을 핵무기 사용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법령 내용은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핵이 전쟁 방지란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순 없다"며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북한)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던 김 총비서의 작년 4월 인민혁명군 창건 제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기도 하다.

테리 국장은 푸틴 대통령이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기 위해" 핵사용 위협을 한 것처럼 북한도 이를 따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테리 국장은 북한이 유사시 대남 공격이 가능한 전술핵무기를 개발 중인 데 대해선 "궁극적으로 북한이 오랫동안 갖고 있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미관계의 탈(脫)동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미 테리 미국 우드로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이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뉴스1 미래포럼 2023에서 북핵 위협 : 평가와 제안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4.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그는 "김정은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간 '고립주의' 성향의 미 대통령이 나올 수 있고, 미국의 여론도 고립주의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계산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핵반격 억지 등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 약화 가능성을 노리고 핵위협을 계속 가하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테리 국장은 "김정은은 (핵 선제사용 위협을 통해) 미국이 한국을 도와줄 때의 '기회 비용'을 높이려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만 봐도 (미국의) 군사력 제공엔 여러 제약이 따른다. 미국이 전쟁 확산 우려 때문에 장거리탄도미사일이나 여러 첨단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 걸 보면서 북한도 그런 계산을 하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테리 국장은 이날 연설에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 선택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확장억제'란 미국의 동맹국이 외부세력으로부터 핵공격을 받는 경우 본토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대응한다는 개념으로서 '핵우산' 등이 포함된다.

그는 26일(현지시간)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도 "확장억제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테리 국장은 특히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고유부터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들어 "미국도 그런 '선택지'를 논의하는 것 자체는 거부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관련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리 국장은 지난 13일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첫 시험 발사을 실시한 것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위기에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아주 우려스러운 미사일 능력 개발"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아직 ICBM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 등이 불명확하다며 "정밀 타격 기술 또한 아직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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