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정 뉴질랜드 대자연서 키웠다" 제스프리 키위, 韓오기까지
기사내용 요약
뉴질랜드 테푸케 '제스프리 키위농장' 가보니
박스에 각 농장 고유 번호 적어 품질 관리
[테푸케=뉴시스]주동일 기자 =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남동쪽으로 약 20㎞ 떨어진 테푸케(Te Puke)의 키위 농가 '릴리뱅크 오차드(Lilybank Orchard)'엔 수확을 앞둔 키위 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그늘막처럼 생겨 '캐노피'라고도 불리는 키위밭은 전봇대보다 높은 삼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바람을 막기 위해 세운 방풍림이다. 다른 농장보다 두 배 정도 큰 6헥타르 규모의 농장은 하늘을 제외하고 온통 초록색이었다.
이 농장 주인인 팀 토르(Tim Torr)는 포도밭처럼 하늘을 덮은 키위나무 가지 아래에서 웃으며 "한국에 돌아가서 라벨에 '9971'이라고 쓰여 있는 키위가 있다면 그건 우리 농장에서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농업 컨설턴트였던 토르와 아내 린다 호즈(Lynda Hawes)는 1985년 처음 재배를 시작한 이 농장을 2010년 인수해 직접 키위를 기른다.
이들은 제스프리(Zespri) 브랜드를 통해 해외로 키위를 수출하는 '제스프리 농가'다. 우리나라에 프리미엄 키위 브랜드로 알려진 제스프리는 4300여 농가들이 100% 보유한 기업이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에서 수출되는 모든 키위를 유통·마케팅할 뿐만 아니라 농가를 위해 신품종을 개발하고 품질 관리 시스템을 운영한다.
토르와 호즈가 키우는 키위들 역시 모두 제스프리에서 개발한 품종이다. 생산된 키위는 농장 고유 번호를 새긴 상자에 담는다. 품질에 문제가 있을 때 재배지와 유통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다. 가을에 접어드는 4월은 수확 철이다. 우리나라 마트에 4월~5월이 지나서야 뉴질랜드산 키위가 들어오는 이유다. 농장에선 수확을 마친 뒤 7월에 가지를 정리하는 '전정작업'을 한다.
9월에 싹이 나 10월에 개화하면 꽃을 덜어내는 '적화'를 한다. 피어난 꽃 중 몇 개를 제거해 나머지 열매가 크고 달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름인 12~2월엔 마지막으로 나무를 솎아내 열매의 크기를 최대화하는 '적과'를 해야 한다. 이렇게 1년이 지나 4월이 되면 다시 수확한다.
이날 호즈는 현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키위를 고를 때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냐"고 되물어봤다. '맛'이라는 대답에 그는 "우리도 재배 과정에서 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당도를 높이려면 가지들이 햇빛을 잘 받게 고르게 펼치는 등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런 작업에 상당히 신경 쓴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당도를 높이기 위해 나무껍질을 벗기는 박피 작업도 한다. 열매로 전달되는 수분을 줄어들면서 키위의 크기가 커지고 당도가 높아진다. 다만 "박피 과정에서 나무가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시들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장 한편에선 나무를 접붙이고 있었다. 기존에 키우던 그린키위를 자르고 제스프리에서 직접 개발한 품종인 '썬골드키위' 가지를 붙여 품종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 부부는 기존에 제스프리에서 개발한 그린키위를 키워왔지만, 일부를 당도가 높고 키위 궤양병(PSA)에 강한 썬골드키위로 바꾸고 있다.
접붙이기는 직접 썬골드키위 묘목을 심는 것보다 재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 제스프리 농가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제스프리는 농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의 종류와 양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어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유통과정엔 친환경 냉장·보관 시스템을 적용하고, 품종을 개발할 땐 유전자 변형을 모두 배제한다.
토르와 호즈가 생산하는 키위는 매년 12만 트레이에 달한다. 한 트레이엔 3.5㎏에 달하는 키위가 들어간다. 환산하면 매년 420t에 달하는 키위를 수확하는 셈이다.
1년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묻자 호즈는 "적화하는 시기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 해 동안 키위를 얼마나 재배할 수 있을지 가늠해야 하는 첫 단계다 보니 많은 고민이 든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키위 적화에 드는 시간은 헥타르 당(10인 기준) 20시간이 든다. 이 부부는 키위 수확량을 예상해 인부들과 약 120시간에 걸쳐 꽃을 덜어내야 한다.
토르는 "재배한 키위가 상품성이 있을지 테스트를 받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힘들다"며 "한 해 동안 지은 농사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키위를 생산하는 일이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부는 앞으로도 여생을 이곳에서 보낼 계획이다. 먼훗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날이 오더라도 자신들의 농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집에 계속 살기 위해 "문턱을 모두 없애고 문의 폭을 늘렸다"는 호즈의 말에선 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그는 "키위를 키우는 일은 매우 뿌듯하다"며 "언덕 위에 지은 우리 집에서 이 농장을 내려다볼 때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스프리 농가로 지내는 데에 자부심이 있다"며 "우린 이 일을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캐노피 아래에 서 있는 토르에게 '한국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장난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제스프리 키위 더 많이 먹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jd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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