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보다 8.4배 '덜 쓴' 청년층...어릴 수록 금리 직격탄
대출 늘린 청년층...이자 부담 급증
주거관련 대출 중심 부채 빠르게 증가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5%에 달하는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20~39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청년층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천원의 아침밥'은 유례 없는 호응을 얻었고, '무지출 챌린지'와 같은 소비 긴축 현상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6일 발표한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 분석에 따르면 최근 기준금리 1%p 인상에 따른 20대의 소비 감소폭은 약 29만9000원(1.3%)으로 60대의 3만6000원(0.2%)에 비해 8.4배 컸다. 기준금리가 2021년 0.5%부터 지금까지 총 3%p 오른 것을 감안하면 2년여간 감소폭은 20대의 경우 89만6000원(3.96%), 30대의 경우 61만3000원(2.4%)에 이른다.
KDI는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가 고령층에 비해 크고, 자산 처분이나 추가 차입을 통한 소비수준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1%p 인상 시 청년층은 소득의 약 3.3%를 원리금 상환에 추가로 지출하는 반면 60대 이상의 경우 소득의 1.2%를 추가 지출하는데 그쳤다.
60대의 경우 청년층에 비해 축적된 자산이 많고 부채 규모가 적어 비교적 소득수준 유지가 쉬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령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이는 청년층 부채는 저금리 시기에 전월세 보증금 등 주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한 탓이다. 청년층 총 대출 가운데 주거 관련 비중은 약 82.4~85.0% 수준으로 부채 대부분을 차지했다. 2021년에 가파르게 오른 집값도 부담을 더했다. 취약차주의 비율 역시 중장년층에 비해 소득수준과 신용점수가 낮음에도 부채를 높게 가져간 청년층에서 높았다.
청년층의 DSR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이른 시기에 상승을 시작했다. 2021년 1분기부터 시작된 시장금리 인상 움직임은 즉각적으로 2분기의 청년층 DSR 급증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기간부터 이어진 취약차주 보호정책 역시 청년층부터 감소 효과를 보이고 있다. 2021년 4분기까지 대체적으로 하락하던 연체율은 청년층을 시작으로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KDI는 "고금리가 지속되며 취약차주 위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청년층의 연체율이 중장년층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고, 자산 대비 부채는 많으며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금융시장 접근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일시적인 충격에도 경제활동은 크게 위축된다. 청년 시절의 차입을 중장년에 상환한 후 노년에 이를 처분하는 식으로 생애주기가 흘러가지만, 잇따른 경제위기로 차입에 문제가 생길 경우 청년층의 대응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KDI는 "청년층의 경우 향후 소득이 점차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소득과 함께 미래 소득도 DSR 등의 대출 규제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저축보다 대출 수요가 높은 청년층의 경우, 저축을 통한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은 수혜층이 제한되고 효과도 높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부채를 보유할 수 있는 정책이 청년층 차주를 더 크게 도울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부채의 핵심 요인인 주거 관련 비용 역시 청년층 부채 관리를 위해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시기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과 전세가격 상승이 청년층 부채의 과도한 증가를 야기했다. 고금리가 이어지며 매매˙전세가는 하락하는 추세지만, 높은 가격을 유지하던 시기 이미 형성된 부채는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KDI는 "근로기간이 많이 남아있는 청년층이 '돌려막기' 등 채무구조 악화에 빠지지 않고 건전하게 부채 부담을 줄여가야 한다"며,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확대하고, 단기 상환부담을 경감해 장기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도록 보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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