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 마일리지 기간 연장"...대한항공·아시아나 불공정약관 시정

(인천공항=뉴스1) 박정호 기자 = 17일 오전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대한항공 인천 정비 격납고에서 관계자들이 대한항공 항공기 보잉747-8i 세척 작업을 하고 있다. 2023.4.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앞으로 항공 여객기 운항이 중단된 상황에선 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때처럼 마일리지 사용이 제한됐지만 유효기간에 참작하지 않은 항공사 약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를 내리면서다.

공정위는 26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회원약관을 심사, 이같은 8개 불공정 회원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항공사 마일리지는 2008년 도입됐다. 마일리지 유효기간(10년)이 2019년부터 소멸되면서 소비자 불만과 언론·국회 등의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펜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지난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불가피하게 마일리지 사용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 항공사·소관 부처와 유효기간 연장을 협의했다. 그 결과 항공사는 2020년부터 3차례 걸쳐 유효기간을 최장 2년 6개월 연장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공정위는 2018년 12월부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회원약관 전반을 검토했다. 특히 마일리지 사용이 곤란했지만 유효기간 경과에 따라 마일리지가 소멸되도록 하는 조항이 문제가 됐다.

따라서 공정위는 항공여객 운송 공급 중단 등으로 회원들이 항공서비스 관련 마일리지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제한된 경우 유효기간 연장이 가능토록 시정했다.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고객의 마일리지 사용을 기대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 기간 중 또는 근접한 시기에 소멸하는 마일리지를 보유한 고객에 대해 신의칙 또는 형평의 원칙상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마일리지 공제기준 변경 시 12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예외 없이 새 기준을 적용하는 조항도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공제기준 변경 예고 이후 유예 기간에 기존 공제기준에 따른 마일리지 사용이 활성화되도록 보너스좌석 증편, 복합결제 사용비중 확대 등 마일리지 소진방안을 시행토록 했다. 또 항공 여객 운송 공급 중단 등으로 회원들이 항공서비스 관련 마일리지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변경 전 제도를 12개월 이상 적용해 유예기간 연장이 가능토록 했다.

남 국장은 "마일리지 적립 규모 증가, 보너스 항공권 배정 비율 등 마일리지 사용환경을 고려할 때 유예기간 12개월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팬데믹 등 항공기 탑승 자체가 곤란한 기간에도 동일한 유예기간이 적용돼 불공정하다"고 밝혔다.

또 개별 통지 없이 회원의 제반 실적(마일리지)을 임의로 정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시정됐다. 기존에는 회원 계좌를 취소하거나 적립된 마일리지 또는 미사용 보너스를 말소하는 경우 회원에 대한 개별 통지 없이 가능했다. 공정위는 회원실적 등을 정정할 경우 개별 통지하고 그 사유를 구체화하며 회원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고쳤다.

일방적인 회원자격 박탈, 마일리지 취소 등 조항 관련해서도 공정위는 회원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위반행위 적발 시 부당한 방법으로 적립된 것으로 확인된 마일리지만 취소할 수 있도록 고쳤다.

이 밖에 △보너스 제도 변경 시 개별 통지 절차 없이 사전고지만 규정 △회원에 대한 사전 통보 없이 제휴사의 프로그램을 변경·중단 △제휴사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회원의 피해에 대한 회사의 책임 면제 등도 시정됐다.

한편 대한항공의 보너스 항공권·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바꾸는 마일리지 개편안도 관심이다. 대한항공은 당초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여론 등의 거센 반대로 전면 재검토 중이다.

남 국장은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은 지난 2월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에 공정위 심사도 종결됐다"면서 "(대한항공이) 개편 약관을 다시 제시하면 불공정한 소지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