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 마일리지 유효기간 연장…항공사 불공정약관 시정

기사내용 요약
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회원약관 심사
사용 어려울 경우 유효기간 연장 가능성 명확화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사태 등 마일리지 사용이 곤란한 기간에도 마일리지를 소멸하도록 한 조항 등이 불공정약관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앞으로 팬데믹 등 항공 이용이 곤란한 상황에서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약관 조항이 마련됐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스카이패스'와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클럽'의 회원약관을 심사해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팬데믹과 같이 ▲항공마일리지의 사용이 곤란한 기간에도 유효기간 도과로 미사용 마일리지가 소멸되어지는 조항 ▲마일리지 공제기준 변경 시 유예기간을 예외 없이 12개월로 정한 조항 등이 대상이다.

이 외에도 ▲보너스 제도 변경 시 회원 개개인에게 통지하는 절차 없이 사전 고지만 하도록 한 조항 ▲제휴사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원의 피해에 대해 회사의 귀책 유무와 관계없이 면책되도록 한 조항 등 총 8개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10년 또는 12년으로 정한 조항 ▲마일리지 양도·상속 금지조항 ▲보너스 항공권 또는 좌석승급을 여유좌석에 한정하는 조항의 경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실제 이 부분에 대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 민사소송도 함께 제기돼 법원 판결이 나와 그 부분도 참고했다"며 "마일리지가 가지고 있는 재산적인 성격 등이 가장 쟁점이었는데 법원의 판단이나 공정위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도 해당 규정 이 자체를 불공정하다고 판단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8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마일리지 유효기간을 도입하면서 2019년부터 유효기간 10년 도과 항공마일리지가 소멸됐다.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항공 마일리지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유효기간이 경과해 마일리지가 소멸된 것이다. 이는 마일리지 유효기간에 정상적 사용이 곤란한 기간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항공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증가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같은 시민단체는 항공마일리지 제도개선을 위한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국내 주요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2개사의 항공마일리지 관련약관인 회원약관 등을 대상으로 불공정약관 여부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 결과 8개 조항이 불공정약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마일리지 유효기간 및 마일리지 공제기준 변경 시 12개월의 유예기간을 정한 조항은 해당조항을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팬데믹 기간과 같이 사실상 모든 항공여객 운송이 중단되는 시기에도 똑같이 적용돼 미사용 마일리지가 소멸되거나 공제기준 변경 전 마일리지를 사용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고객의 마일리지 사용을 기대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 기간 중 또는 근접한 시기에 소멸하는 마일리지를 보유한 고객에 대해 신의칙 또는 형평의 원칙상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에 사업자들은 시정권고 취지에 따른 시정안을 제출했다. 시정안에 따르면 항공여객운송 공급 중단 등으로 전체 회원들이 항공서비스 관련 마일리지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제한되는 경우 유효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해당 시정안은 올해 6월 시행 예정이다.

마일리지 공제기준 변경 시 유예기간을 예외없이 12개월로 정한 조항에 대해서는 마일리지 적립 규모 증가, 보너스 항공권 배정 비율 등 마일리지 사용환경을 고려할 때 유예기간 12개월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팬데믹 등 항공기 탑승 자체가 곤란한 기간에도 동일한 유예기간이 적용돼 불공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공제기준 변경 예고 후 유예기간 중 기존 공제기준에 따른 마일리지 사용이 활성화되도록 보너스좌석 증편, 복합결제 사용비중 확대 등 적극적인 마일리지 소진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코로나19와 같이 항공여객운송 공급중단 등으로 전체 회원들이 항공서비스 관련 마일리지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변경전 제도를 12개월 이상 적용해 유예기간 연장이 가능하도록 시정했다.

남 국장은 "유예기간을 12개월로 설정한 것이 공정한지에 대해서는 불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일단 판단했다"며 "다른 항공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유예기간은 사실 이것보다 훨씬 더 짧은 점이 있고 기업결합 시정조치로 인해서 기업결합 후에 공정위가 승인한 마일리지 제도보다 또 한 10년 정도 동안은 더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6개 조항들은 심사과정에서 사업자들이 해당 불공정 약관 조항을 스스로 시정했다.

보너스 제도변경 시 개별통지 절차 없이 사전고지만 규정한 조항은 이메일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알리도록 변경됐으며 회원의 제반 실적을 임의로 정정하는 조항은 회원실적 정정의 경우 개별통지토록 하고 사유 구체화, 이의제기 가능 등의 수반된다.

회원에 대한 사전통보 없이 제휴사의 프로그램을 변경·중단하는 조항은 사전고지하도록 하고 사전고지 불가능 시 지체없이 사후고지 하도록 시정됐다.

포괄적 사유에 의한 일방적인 회원자격 박탈 및 기 적립된 마일리지 취소, 회원계좌 정지 조항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위반행위 적발 시 부당한 방법으로 적립된 마일리지만 취소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제휴사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회원의 피해에 대한 회사의 책임 면제 조항, 회원안내서 또는 홈페이지에 등재된 내용이 이전의 모든 규정과 조건보다 우선한다는 조항도 시정했다.

남 국장은 "이번 약관 시정은 항공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과 체결하는 회원약관 상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한 것으로 불공정약관으로 인한 항공사와 회원 간의 분쟁을 예방하고 관련 업계의 공정한 거래관행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엔데믹 시대에 항공·여행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민생활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해당 분야에서의 소비자 권익 강화 및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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