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40억 떼인 100여명 “우리도 ‘건축왕’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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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열댓 명씩 자신이 계약한 집이 무사히 지어지고 있는지 보러 와요.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4월 입주해야 했는데, 1년이나 늦어지고 있어요."
입주 예정자가 모여 있는 피해자모임 대표 이모(43) 씨는 "지난해 7∼8월까지만 해도 남 씨가 직접 계약금을 조만간 돌려주겠다며 확약서를 써주기도 했다"면서도 "인천 전세사기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건축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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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임대후 분양… ‘돌려막기’
입주예정자 “전세사기 터지고
계약금 돌려받을 방법도 없어”
인천=권승현·전수한 기자
“하루에 열댓 명씩 자신이 계약한 집이 무사히 지어지고 있는지 보러 와요.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4월 입주해야 했는데, 1년이나 늦어지고 있어요.”
“인천 전세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돌려받지 못한 전세 계약금만 수십억 원이에요.”
지난 25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A 아파트 건설 현장. 20층짜리 총 194세대가 들어가는 이 아파트는 이른바 ‘인천 건축왕’ 남모(61) 씨가 대표로 있는 상진종합건설에서 짓기 시작한 아파트다. 현재는 채권단이 공사 자금을 대고 있다. 입주 예정자가 모여 있는 피해자모임 대표 이모(43) 씨는 “지난해 7∼8월까지만 해도 남 씨가 직접 계약금을 조만간 돌려주겠다며 확약서를 써주기도 했다”면서도 “인천 전세사기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건축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본인이 가진 다른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공실 난 곳으로 옮겨 줄 수도 있다고 회유했었는데, 만약 그대로 따라갔다면 우리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을 것”이라며 “계약금 일부라도 돌려받고 싶은데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A 아파트 피해자 규모는 100여 명, 계약금 피해액은 40억 원에 달한다. 남 씨는 입주 예정자들을 달래기 위해 지난해 8월 계약금은 물론 이사비용과 보상금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거짓 약속’이 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전세 분양’ 방식으로 분양을 시작했다. 수요자들에게 일단 전세로 2년 임대한 후 계약 기간이 끝난 시점에 분양하는 방식이다. 세입자에게는 우선 분양권이 주어진다. 보통 전세 후 분양은 전세보증금을 분양가의 70∼90% 수준으로 책정한다. 이는 주택경기 침체기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자금이 부족한 건설사들이 전세금이라도 받아 일정 부분 자금을 회수하기 위함이다. 남 씨가 자금 부족을 겪자, 전세 분양 방식으로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A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은 3억3000만∼4억6000만 원대로 피해자 대부분은 보증금의 10%에 해당하는 3000만∼4000만 원을 계약금으로 건넨 상태다.
피해자들은 “4억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 전체를 건넨 사람도 있다”며 “남 씨 일당이 전세보증금과 계약금을 편취하기 위해 ‘전세 분양’이라는 꼼수를 쓴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인근 부동산에서 만난 B 씨는 “이 아파트는 애초부터 전세사기를 기획하고 지은 건물이라고 본다”며 “분양을 알아보러 온 손님들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테니 계약해선 안 된다고 설득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건설 현장에서 만난 한 인부는 “인천 전세사기 이슈가 터지고 완공이 계속 지연되면서 현재 90% 정도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 건설 현장 주변에는 “상진(종합)건설 즉각 중단하라”는 글씨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피해자들은 정부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호소한다. 이 씨는 “우리는 전세사기 피해자는 아니지만, 건축왕으로부터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빼앗겼는데도 정부의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남 씨를 대상으로 계약금을 되찾기 위한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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