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사법 개혁’에 사분오열된 이스라엘 현충일
“평생 보지 못한 장면” 우려의 목소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시도로 불거진 갈등이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최대 기념일인 현충일(욤 하지카론)을 맞아 최고조로 치달았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자들을 기리며 단합의 계기가 됐던 현충일이 오히려 사분오열된 이스라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이 돼 버리자 시민들은 “평생 보지 못한 장면”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남부 도시 브엘세바 군인 묘지에서 진행된 현충일 추모식에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이 나타나자 참석자들 사이에선 야유와 고성이 터져 나왔다. 벤그비르 장관은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최전선에서 밀어붙인 강경파로, 반정부 시위대의 표적이 된 인물이다.
NYT는 “일부 유족은 벤그비르 장관의 추모식 참석에 어떻게 대응할지 며칠 동안 토론했다”며 “그가 연설할 때 이어폰을 끼거나 국가를 크게 부르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다른 참석자들의 묵념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묘지 입구에서 시위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정부 지지 세력이 유족들을 향해 “반역자” “무정부주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 외에도 집권 여당 정치인 상당수가 이스라엘 전역에 있는 군인 묘지를 참배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반면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네타냐후 총리는 예루살렘 헤르츨산 군인 묘지에서 비교적 무난하게 추모 연설을 마쳤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 발언을 삼간 채 “슬픔과 자부심, 그리움을 느낀다”면서 “우리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과 함께할 것이며, 세대를 이어갈 후손들의 독립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1976년 우간다 엔테베 공항 인질 구출 작전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그의 형 요나탄이 헤르츨산 묘지에 묻혀 있어 시위대도 과격한 행동을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현충일까지 갈등이 이어지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텔아비브에 거주하는 아디 루가시는 “평생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브엘세바 군인 묘지를 찾은 아이삭도 “현충일을 존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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