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액션] '11개월 만에 선발' 인천 여름,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인터풋볼=박지원 기자(인천)] 여름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25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9라운드에서 울산 현대에 0-1로 패배했다.
선발 라인업에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인천에 합류해 중원을 단단하게 지켜줬던 여름이 포함됐다. 여름은 2022시즌 개막전부터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며 팀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다. '여름-이명주' 조합은 단연 센세이션했다.
하지만 13라운드 대구FC전에서 왼쪽 발목 인대 완파라는 심각한 부상을 입으면서 잔여 시즌을 거의 소화하지 못했다. 3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 후반 교체 투입만이 유일했다. 2023시즌 들어서는 2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전 후반 막판 투입이 끝이었다.
오랜만에 다가온 선발 기회. '11개월 만'이었기에 여름은 간절했다. 더군다나 팀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인지라 베테랑으로서 책임감도 막중했다. 여름은 이동수와 짝을 이뤄 73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묵묵히 뛰면서 태클 2회 성공, 인터셉트 4회, 클리어링 3회, 볼 획득 7회, 슈팅 블락 4회 등으로 궂은일을 도맡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팀이 패배하면서 여름의 선발 복귀전은 쓸쓸하게 끝났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여름을 만났다. 먼저 "11개월 만에 선발로 나섰고 개인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경기로 인해 더 많은 걸 느꼈다. 작년에 부상이 있었고, 멋진 인천 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의욕만으로는 절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앞으로 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작년에 4위를 했던 것처럼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먼저 인천 팬들께 죄송하고 감독님, 코치님들, 동료에게도 미안하다. 다시 또 일어서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인천은 이날 전반전에 전체적으로 아쉬운 경기력을 보였다. 이에 "저부터 급했던 것 같다. 경기하기 전부터 '잘해야지'보다 '팀을 위해 잘하자, 희생하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라며 착잡한 마음을 전했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여름 선수는 신진호 선수처럼 기술적인 면이 있기에 해줬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그마한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는데, 근래 폼이 많이 올라왔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 몸상태를 묻자 "작년에 크게 다치고 나서 준비하다 보니 밸런스가 무너졌고 조금씩 아팠다. 감독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려고 하셨으나, 제가 부족했다. 이렇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감독님께 너무 죄송하다"라고 답변했다.
인터뷰 내내 여름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중간중간 한숨도 섞였다. 그만큼 아쉬움이 크게 남은 경기였다. 여름은 "기다린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니다. 오늘 경기를 뛰어본 결과, 몸을 더 만들어야겠다고 느꼈다. 오랜만에 실전에 투입됐다. 몸이 괜찮았다고 느꼈는데, 템포나 경기 체력 등 많은 면에서 보완이 필요한 것 같다"라며 자책했다.
여름은 오반석, 권한진과 함께 선발진에서 고참에 해당했다. 베테랑으로서 하프타임에 어떤 말을 해줬는지 묻자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몸이 안 따라줬다. 옆에서 같이 뛴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라고 알렸다.
이날 여름의 아내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방문해 경기를 지켜봤다. "아내가 오랜만에 제가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봤다. 경기 전부터 부상에 대해서 걱정을 너무 많이 해줬다. 팀이 승리하면서 부상을 당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결과가 너무 아쉽다. 와이프가 옆에서 내조를 정말 많이 해주는데, 고맙고 미안하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주중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께서 찾아주셨다. 다시 돌아와서 작년 초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개인적으로도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그러나 죄송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래도 다시 마음을 잡고 뛸 수 있는 동기부여는 파랑검정, 인천 팬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분들 앞에서 대충 뛸 수 있을까. 오늘 그 마음으로 죽어라 뛰긴 했으나, 더 잘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 인천 유나이티드,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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