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전세사기 대책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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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사기 피해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토교통부는 매입 임대 제도를 활용해 피해주택을 사들인 뒤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국에서 집단적인 전세대출 사기 피해 사건이 쏟아지고 있지만, 올 1분기에 전세 피해 확인서를 떼어간 피해자는 70명에 불과하다.
당정은 전세 사기 피해주택 경매 시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제도를 고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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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사기 피해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토교통부는 매입 임대 제도를 활용해 피해주택을 사들인 뒤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 당국은 보증기관이 피해자의 잔여 대출 채무를 인수한 뒤 10년간 분할 상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당장 피해자의 ‘숨통’을 틔워주는 응급조치지만, 결국 보증금을 떼인 상태에서 월세를 더 내고 살거나 빚을 내 해결하게 하는 방식이다.
경매 중단 역시 피해자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를 내고 있지만, 채권자가 대부·추심 업체이거나 개인인 경우에는 협조를 구하기가 어렵다. ‘건축왕’으로 알려진 인물과 관련된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주택 1787채 중 551채가 이런 경우다. 경매를 유예해도 해당 기간 중 집값이 추가로 하락하면 경매 처분 뒤에 받을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기 피해 여부의 판명도 어렵다. 전국에서 집단적인 전세대출 사기 피해 사건이 쏟아지고 있지만, 올 1분기에 전세 피해 확인서를 떼어간 피해자는 70명에 불과하다. 임대인의 기망 행위를 입증하기가 쉽잖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관계를 엄격히 따지지 않은 채 사기 피해로 인정할 경우에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셈이 된다. 당정은 전세 사기 피해주택 경매 시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제도를 고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따른다.
이번 사태는 집값의 70% 이상을 전세로 끼고 사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이 2021년부터 성행하면서 예고돼온 결과다. 부동산값이 폭등하는 광풍이 불면서 ‘갭투자’를 안 하면 바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정부가 서민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2014년부터 전세대출 보급을 장려하면서 관련 시장은 약 10배 수준인 180조∼200조 원 규모로 늘었다. 부작용도 상당했다. 갭투자를 유발해 부동산값 폭등을 부추기고, 시장이 침체하면 대출 사기 사건이나 보증금 반환 분쟁을 유발한다. 이번 사태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들어가며 발생한 서막에 불과하다.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전세 제도의 본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세 제도는 국내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기 전인 6·25전쟁과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일반화했다. 분양과 함께 단기간에 주택을 보급하고 건설 경제를 양성하기 위한 지렛대 역할을 했다. 하지만 본질은 어디까지나 개인 간의 ‘사금융’이다. 해법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금융정책을 책임졌던 관료는 개인 간의 상거래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안전 거래 장치인 ‘에스크로 계좌’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제3의 기관에 임차인이 낸 전세 보증금을 예치하고, 임대인은 이자 수익 등을 받아 가는 방식이다.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 전세 제도를 이제 와 없애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사금융의 속성을 인정하고 피해를 막을 ‘안전장치’를 고민해볼 때가 됐다. 임대인의 쌈짓돈으로 여겨온 전세 보증금에 대한 인식도 점진적으로 바꿔 갈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이 회복되면 다시 성행할 무자본 갭투자의 부동산 광풍도 방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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