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온 ‘태양’
“빅뱅 활동, 가장 바라는 꿈·오랜 생각
이번 앨범 씨앗 삼아 새로운 시작”
“태양은 가장 성실한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매일 같은 시간에 뜨고 지고, 구름이 있건 비가 오건 항상 떠올라요. 태양처럼, 늘 그 자리에 있고 싶었어요.”
무려 5년의 공백기가 있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응원곡 ‘라우더’(LOUDER) 이후로 줄곧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다. 군대, 결혼, 팬데믹.... 최정상 K-팝 그룹 빅뱅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매순간 ‘전성기’를 보냈던 그에게 휴식의 시간은 오롯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노을을 바라보는 것을 참 좋아해요. 노을은 지난 시간 동안 제게 정말 많은 위로를 줬어요. 노을은 언제나 어두운 밤을 맞는데,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늘 아름다운 방법으로 그것을 맞이하더라고요.”
박모의 하늘을 바라다 보며 태양은 어쩌면 그의 수많은 날들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태양이 저무는 날들을 마주한 시간들은 빼곡히 음악으로 채워졌다. 그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새 미니음반 ‘다운 투 어스’(Down to Earth) 청음회에서 “이번 앨범은 노을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성장의 밑거름 된 공백기...“더 나은 사람을 위한 여정”
이번 음반엔 태양의 이야기가 켜켜이 담겼다. 공백기를 보내며 그는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날들을 돌아보게 됐다. 2001년 열세 살에 지누션 3집 앨범에 참여하며 데뷔했고, 2006년 빅뱅으로 K-팝 전성기를 이끌었다. 빅뱅 시절부터만 쳐도 데뷔 18년차다.
“일찍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동안 바라보지 못한 것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것들을 바라보고 마주하며 가수 태양으로도 인간 동영배로도 더 나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공백기 동안 가장 큰 변화는 가정을 꾸리고 아빠가 됐다는 점이다. 아빠 태양은 17개월 아이에게 ‘모두 다 꽃이야’라는 창작 동요를 불러준다. “아이가 ‘딸기’와 ‘악어’ 같은 단어를 배워 하나씩 말할 때마다 너무나 사랑스럽다”고 한다. 그는 “가정을 꾸린 이후 음악적 변화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 그런 변화가 너무 감사하다”며 “음악적 진정성을 넘어 제 삶 속의 진정성이 내포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면의 깊이를 채울 수 있게 됐다.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한국 대중음악 황금기로의 귀환...세대 아우르고 통합
태양을 사로잡은 많은 생각들은 고스란히 음악으로 이어졌다. 음반엔 타이틀곡 ‘나의 마음에’를 비롯해 방탄소년단(BTS) 지민과 호흡을 맞춘 선공개곡 ‘바이브’(VIBE), 블랙핑크 리사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슝!’, 1970년대 솔 장르를 재해석한 ‘나는’, 신스팝 ‘나이트폴’(Nightfall) 등 총 여섯 곡 전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그는 “코로나19 동안 밤 9시쯤 나가 조깅을 했는데, 머릿속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됐다”고 말했다. 두서없이 부유하던 생각들은 거리를 달리며 여러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틈틈이 적어둔 생각들이 ‘주제’를 찾다 보니 이번 음반으로 태어나게 됐다. ‘다운 투 어스’는 태양의 “지난 시간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낸 앨범”이다.
장르도 방대하다. 발라드, 힙합, 솔을 아우른다. 태양의 앨범을 통해 세대 또한 화합한다. K-팝 2세대인 태양과 ‘빅뱅 키즈’인 지민, 리사가 함께 했고, 시간을 훌쩍 건너 뛰어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 이태윤이 세션으로 참여했다. 이번 음반 안에 19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감성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타이틀곡 ‘나의 마음에’는 서정적인 우리말 가사와 멜로디가 아름다운 발라드 곡이다.
“K-팝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고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골든 에라’(Golden Era·황금기)는 1980∼90년대예요. 이 시기의 음악은 아름다운 한글과 팝의 감성을 담고 있어요. 그런 감성을 담은 곡에 나의 마음과 제가 마주하고 싶은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태양은 특히나 그 시대를 풍미한 선배 가수들을 ‘좋아하는 음악가’로 꼽아왔다. 그는 “지금은 세상에 안 계신 유재하 선생님 음악을 좋아한다. 그러한 순수한 음악을 전달하고 싶었다”며 “김광석과 김현식 등 지금 우리나라 음악의 기초를 만든 분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나의 마음에’ 역시 유재하의 음악처럼 시처럼 서정적인 노랫말이 담겼다. ‘절대 채울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 나는 뭘 그리 더 가지려 했나 / 부서지는 모래성처럼 / 변해가는 사람들’은 지금의 K-팝에선 볼 수 없는 표현들이다.
다시 꽃 피우는 건강한 나무로...그것이 나의 시작
오랜만에 앨범을 들고 나오며, 그는 몇 번이고 ‘초심’을 이야기했다. ‘첫 마음’이 그의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새기고 또 새겼다. “제게 초심은 겸손함이에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그런 마음으로 음반을 준비했고,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다시 서는 무대에선 거창한 목표보다는 팬들 곁에 더 다가서고 싶은 마음을 담는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팬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며 “오래 기다려 준 팬에게 내 음악으로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다”고 했다.
태양에겐 빅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는 “빅뱅 활동은 가장 바라는 꿈이고 오랜 생각”이라며 “저도 열심히 활동하고 다른 멤버도 잘 활동을 이어가다 보면 좋은 기회와 시간에 팬 여러분을 다 같은 모습으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나왔던 저의 모든 시간의 한 그루의 나무를 만들었어요. 팬들, 곁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지낸 시간과 추억이 쌓여 아름다운 꽃을 피웠고, 기쁨을 주는 열매를 맺기도 했어요. 다시 한 번 건강한 나무를 만들어 이전의 시간을 공유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맞이하고 싶어요. 그것이 저의 새로운 시작이에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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