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반도체 초격차 기술력 더 절실해졌다

2023. 4. 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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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칩이라 불리는 반도체가 과거에는 전자제품에 사용됐지만, 21세기에 접어들어 거의 모든 기기 생산에 쓰인다.

그러므로 반도체 생산 역량이 국가 경제의 경쟁력과 안정성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됐다.

유럽은 현재 그들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에 필요한 보급형 반도체 생산에 관심이 많지만, 향후 생산 역량이 확장되면 우리의 강점인 스마트폰용 고급형 반도체 생산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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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두 연세대 일반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마이크로 칩이라 불리는 반도체가 과거에는 전자제품에 사용됐지만, 21세기에 접어들어 거의 모든 기기 생산에 쓰인다. 그러므로 반도체 생산 역량이 국가 경제의 경쟁력과 안정성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중국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초소형 칩이 제때에 공급되지 않아 유럽의 거대 자동차 산업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소비자는 주문한 자동차 출고를 몇 년씩 기다려야 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생산 독립 선언을 했다. 반도체의 역내 생산을 늘려 대외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다. 향후 8년간 430억 유로(약 63조 원)를 투자해 2030년에는 글로벌 생산 점유율을 현재의 8%에서 20%로 높인다는 EU 반도체법 시행에 합의했다. 2030년에는 반도체 수요가 지금의 2배가 될 것으로 예측되므로 현 생산물량을 5배로 늘려야 달성할 수 있다. 20%를 목표치로 제시한 것은 글로벌 수요의 20%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30년에 역내 생산 목표를 달성하면 유럽은 반도체 독립을 하게 된다.

유럽의 이러한 행보로 인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국인 한국과 대만은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가리게 됐다. 유럽은 반도체 기술과 제조설비에선 강하지만, 취약한 생산 역량 때문에 해외 기업을 유치해 생산을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대만의 TSMC는 내년 미국 애리조나 공장 가동에 들어가며, 현재 일본에 공장을 짓고 있다. 독일은 드레스덴에 TSMC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협상 중이며, 싱가포르 또한 유치 경쟁에 나서는 등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EU가 미국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예산 527억 달러(약 70조 원)에 버금가는 금액을 배정한 것이다.

우리나라 삼성전자도 해외 보조금을 쫓아 나가야 하는가? 다른 국가들은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거액의 보조금을 제공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 여력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를 지원할 수 있는 비교우위에 있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용인특례시에 710만㎡ 규모의 반도체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이곳에 삼성전자가 2042년까지 300조 원을 들여 첨단 반도체 공장 5개를 짓는 등 연관 기업 150개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반도체의 요람인 기흥에서 1983년 64K D램 신화를 연 이후 40년 만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 정부의 반도체 지원 의지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거액의 보조금을 주고 외국 기업이라도 유치하겠다는 정도로 확고한가? 반도체 패권 경쟁은 제조와 기술 개발 및 특허 보유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이뤄지고, 우리의 경쟁국들은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유럽은 현재 그들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에 필요한 보급형 반도체 생산에 관심이 많지만, 향후 생산 역량이 확장되면 우리의 강점인 스마트폰용 고급형 반도체 생산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생산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과 디자인 등에서 융합적으로 협력해 해외 경쟁 기업이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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