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르테미스 계획’ 본격 참여한다지만…일각선 ‘글쎄’
달 개척 협력 제시…“더 구체적이어야”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한·미동맹의 성격을 ‘우주동맹’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군사와 경제, 기술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한·미동맹의 작동 범위를 달과 같은 우주 공간까지 넓히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선언적 수준에 그치지 않으려면, 미국 주도의 달 개척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 등에서 양국이 서로 도울 내용이 좀 더 명확하게 정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협력을 한다고 해도 미국 우주 기술을 한국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과 미국 국가우주위원장을 맡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연구센터를 방문해 양국 간 우주동맹을 강화할 것을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주는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그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으며, 더 큰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치동맹인 한·미동맹의 영역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대되고 앞으로 새로운 한·미동맹 70년의 중심에 우주동맹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아르테미스 계획’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월면에서 광물자원을 채굴하는 게 목표인 달 개척 프로젝트다. 미국이 우방국과 함께 추진 중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시간표에 따라 NASA는 2025년 사람 2명을 달에 착륙시킬 예정이며, 2020년대 후반부터 월면에 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달을 비롯해 우주에서 이뤄질 한·미 간 협력과 관련해 이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팜 멜로이 NASA 부국장은 ‘과기정통부-NASA 간 우주탐사 및 우주과학 협력을 위한 공동 성명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양 기관은 심우주 통신·항법 기술, 달 주변을 도는 우주 정거장인 ‘루나 게이트웨이’를 포함해 달에서 진행될 각종 연구, 달 거주민을 위한 로봇과 이동수단, 지구 밖으로 진출하는 인간을 위한 우주의학 등의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개념연구(concept study)에 착수하기로 했다. 개념연구 이후 양 기관은 구체적인 협약(agreements)을 맺어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일단 이번 공동 성명서를 보면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한국의 역할이 좀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현재 23개국이 서명한 ‘아르테미스 협정’에 2021년 5월에 10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아르테미스 협정은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인 틀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우주 과학계에선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한국이 할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다.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만 했을 뿐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가 미국 등과 분명히 협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공동 성명서 내용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번 공동 성명서 채택을 신중하고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잖다. 한국이 미국과 협력할 내용이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우주과학계의 한 연구자는 “공동 서명서에 쓰인 내용만 놓고 보면 여전히 우주 과학과 관련한 대부분의 분야를 아우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동 성명서에서는 한·미 양국이 구체적인 협력 과제를 골라내기까지 개념 연구를 하고 협약을 맺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써 있다. 이러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일본은 이미 지난해 5월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자국의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기로 하는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우주과학계의 또 다른 연구자는 “우주 기술은 곧 군사 기술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공동 성명서를 채택했다고 미국 우주 기술을 한국이 가져다 쓸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양국 간 협력이 이뤄진다고 해도 한국은 미국 요청에 따라 제작한 장비를 납품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의 우주역량이 미국과 대등하게 협력하기에는 크게 뒤지기 때문에 우주동맹이란 표현 역시 선언적인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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