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詩:選)]표현하는 마음

2023. 4. 26. 11:3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랑이란 내겐 너무 늦은 시각이지만/ 더 처음의 발음이라서/ 그것에 대해 자꾸만 내 것이란 확인을 한다.// 그래, 너는, 내게 마지막으로 온/ 처음의 젖은 흙이라네./ 캄캄한 뜨거운 네 속에서 나를 응시하며/ 산딸나무 뿌리 일군다.'

'무심(無心)'을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마음이 없음'이겠으나 과연 만물 무엇이든 마음이란 형상이 없을 수 있겠는가.

나는 꽤 무심한 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내겐 너무 늦은 시각이지만/ 더 처음의 발음이라서/ 그것에 대해 자꾸만 내 것이란 확인을 한다.// 그래, 너는, 내게 마지막으로 온/ 처음의 젖은 흙이라네./ 캄캄한 뜨거운 네 속에서 나를 응시하며/ 산딸나무 뿌리 일군다.’

- 이하석 ‘뒤늦은 처음’(시집 ‘기억의 미래’)

‘무심(無心)’을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마음이 없음’이겠으나 과연 만물 무엇이든 마음이란 형상이 없을 수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버젓이 사전에도 등재돼 있는 단어로, ‘감정이나 생각하는 마음이 없음’을 의미한다.

나는 꽤 무심한 편이다. 먼저 연락하거나 챙기는 법이 없다. 누군가 내게 유심해주기를 바라지 않으니 괜찮겠지 멋대로 믿으며 산다. 물론 무심해선 안 되는 대상도 있다. 이를테면 어머니. 가 뵙지는 못하더라도 연락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아침 1만 원씩 보내드리기를 실천하며 안부를 여쭌다. 이 특단의 조치는 제법 성공적이어서, 이제는 중요한 일과가 됐다. 처음에는 챙기겠다는 마음이었는데, 갈수록 받고 있는 건 내 쪽이다. 짧은 문안 인사와 고작 1만 원에 대한 답으로 어머니는 정성껏 답을 적은 뒤 잊지 않고 사랑한다 덧붙이신다. 처음에는 낯간지러웠다. 그러던 중 문득, 어릴 적에 어머니로부터 이런 표현을 들은 적이 있었나, 내가 한 적은 있었던가 싶어졌다. 기억에 없다. 어머니에겐 용기고 변화겠다. 일흔 가까운 어른이 깨치고 배운 것, 사랑을 표현하기. 그리 생각하니 뭉클해지고 시큰해지고.

어쩌면 무심은 부끄러워서 표현하지 못한 채 짐작하고 마는 마음이겠다. 요즘 나는 사랑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아껴봐야 남는 것도 없다는 것을 배운 덕분이다. 새삼, 사랑이 늘었다. 아니 사랑을 알아가고 있다. 처음인 것처럼.

시인·서점지기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