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詩:選)]표현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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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내겐 너무 늦은 시각이지만/ 더 처음의 발음이라서/ 그것에 대해 자꾸만 내 것이란 확인을 한다.// 그래, 너는, 내게 마지막으로 온/ 처음의 젖은 흙이라네./ 캄캄한 뜨거운 네 속에서 나를 응시하며/ 산딸나무 뿌리 일군다.'
'무심(無心)'을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마음이 없음'이겠으나 과연 만물 무엇이든 마음이란 형상이 없을 수 있겠는가.
나는 꽤 무심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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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내겐 너무 늦은 시각이지만/ 더 처음의 발음이라서/ 그것에 대해 자꾸만 내 것이란 확인을 한다.// 그래, 너는, 내게 마지막으로 온/ 처음의 젖은 흙이라네./ 캄캄한 뜨거운 네 속에서 나를 응시하며/ 산딸나무 뿌리 일군다.’
- 이하석 ‘뒤늦은 처음’(시집 ‘기억의 미래’)
‘무심(無心)’을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마음이 없음’이겠으나 과연 만물 무엇이든 마음이란 형상이 없을 수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버젓이 사전에도 등재돼 있는 단어로, ‘감정이나 생각하는 마음이 없음’을 의미한다.
나는 꽤 무심한 편이다. 먼저 연락하거나 챙기는 법이 없다. 누군가 내게 유심해주기를 바라지 않으니 괜찮겠지 멋대로 믿으며 산다. 물론 무심해선 안 되는 대상도 있다. 이를테면 어머니. 가 뵙지는 못하더라도 연락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아침 1만 원씩 보내드리기를 실천하며 안부를 여쭌다. 이 특단의 조치는 제법 성공적이어서, 이제는 중요한 일과가 됐다. 처음에는 챙기겠다는 마음이었는데, 갈수록 받고 있는 건 내 쪽이다. 짧은 문안 인사와 고작 1만 원에 대한 답으로 어머니는 정성껏 답을 적은 뒤 잊지 않고 사랑한다 덧붙이신다. 처음에는 낯간지러웠다. 그러던 중 문득, 어릴 적에 어머니로부터 이런 표현을 들은 적이 있었나, 내가 한 적은 있었던가 싶어졌다. 기억에 없다. 어머니에겐 용기고 변화겠다. 일흔 가까운 어른이 깨치고 배운 것, 사랑을 표현하기. 그리 생각하니 뭉클해지고 시큰해지고.
어쩌면 무심은 부끄러워서 표현하지 못한 채 짐작하고 마는 마음이겠다. 요즘 나는 사랑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아껴봐야 남는 것도 없다는 것을 배운 덕분이다. 새삼, 사랑이 늘었다. 아니 사랑을 알아가고 있다. 처음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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