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착취, 그루밍부터 초기 대응한다…서울시, 자립정착금 지급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온 A양(17)은 거리에서 생활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B씨를 만났다. 잘 곳을 마련해 준 B씨는 노래방 도우미와 조건 만남으로 돈을 벌라고 강요했고 거부하면 폭행했다. 우울증과 자해 현상이 심해진 A양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가정폭력에 다시 거리로 나왔다.
C양(14)은 온라인 게임을 하다 만난 D씨가 안부를 묻고 기프티콘도 보내주자 좋았다. 게임 아이템을 주겠다고 해 만난 D씨는 성폭력을 가했고 불법 성착취물도 찍었다. 이후 동영상을 퍼트리겠다며 협박하던 D씨는 용돈으로 C양을 유인하며 지속적인 성관계를 요구했다.
최근 아동·청소년층을 온라인으로 유인해 성착취하는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피해 노출빈도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피해자 보호뿐 아니라 성착취로 이어지기 전 그루밍(길들이기), 협박 단계에서 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 지원을 확대한다고 26일 밝혔다.
오는 5월부터 ‘서울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통합지원센터’를 본격 운영해 그동안 성매매 피해에 한정했던 성폭력 지원을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까지 확대한다. 특히 성범죄를 위해 가해자가 그루밍하거나 협박하는 등의 다양한 위험에 대해서도 지원한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청소년 10명 중 1명(11.1%)이 온라인으로 성적 유인을 경험했고, 50명 중 1명(2.7%)은 이와 관련한 만남을 제안받았다. 피해 아동·청소년은 그루밍(19.6%)으로 심리적 취약 상태에서 성착취에 노출되고, 불법 촬영·유포 협박(13.11%)이나 폭행·갈취(11.6%) 등과 같은 중층피해를 겪는다. 하지만 자립기반이 약해 다시 성착취를 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는 센터를 통해 그루밍 단계부터 의료·법률 서비스를 지원한다. 센터에는 관련 피해 구제 경험이 있는 변호사 등이 상주한다.
아동·청소년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요청하면 센터의 전문 상담원이 동석할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한다. 상담원은 피해자의 심리적 조력자로 사건 진술을 돕고, 이후 처리 과정도 관리·지원한다. 단계별 상황은 담당 수사관에게도 통지한다.
피해자가 가족 기반이 취약해 원가정으로 복귀가 어려워 성착취 환경으로 재유입되는 악순환도 차단한다.
우선 지원시설에서 1년 이상 생활하고 퇴소하는 만 18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1000만원의 자립 정착금을 6월부터 지급한다. 임대보증금과 대학 등록금, 월세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청소년은 지원시설에서 1년 이상 사후관리를 필수로 받는다. 시립 늘푸른교육센터를 통해 검정고시, 직업 훈련도 받을 수 있는다.
청소년들이 위기 상황에 놓이는 현장 및 온라인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시립 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에서는 이달부터 가출한 위기 청소년들이 밀집한 지역 등으로 찾아가는 현장지원단(아웃리치)을 10명에서 20명 확대했다. 앞으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성적 유인 행위 단속도 확대한다. 숙식 제공 등으로 청소년을 유인한 뒤 성착취 알선책으로 돌변하는 이른바 ‘헬퍼’ 활동 감시에 주력한다.
지적장애·저연령 등 성착취에 취약한 사각지대 아동·청소년을 발굴하고 예방 교육, 자기방어 훈련, 타인과 관계 맺기 훈련 등도 도입한다. 6월부터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지역아동센터와 방과후교실 등으로 찾아가는 교육을 10명 이내 그룹으로 추진한다.
시립 십대여성건강센터는 지난해 9월부터 정신건강의학과를 개설해 우울·불안·자해 등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해온 데 이어 올해부터 피해 남성 청소년의 의료 지원, 심리 상담도 진행할 방침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성매매 피해에 국한됐던 지원을 다양한 성적 피해에 쉽게 노출되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로 확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트라우마 등 피해에 따른 고통을 치유하는 한편 성착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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