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위반 CEO 법정구속에 건설업계 '술렁'

전준우 기자 신현우 기자 2023. 4. 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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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파트너스 대표 집유 이어 한국제강 대표 실형
"경영책임자 처벌 과도…역할·책임 명확히 해야"
서울의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 2023.3.1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신현우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제강 대표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건설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강지웅)는 26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한국제강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을 부과하고 하청업체 대표에게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한국제강 사업장은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여러 차례 적발돼 벌금형을 받았고 2021년에는 산업재해로 사망사고도 발생했다"며 "사망사고를 계기로 실시된 사업장 감독에서도 또다시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돼 벌금형을 처벌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적발내역, 처벌 전력을 종합하면 한국제강 사업장에는 근로자 등 조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A씨는 안전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제강과 A씨 등은 지난해 3월 한국제강 공장에서 설비 보수를 하는 협력업체 60대 노동자가 무게 1.2톤짜리 방열판에 깔려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조치 의무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중대재해법 위반 1호 재판으로 관심을 끈 중소건설사 온유파트너스의 대표에게 지난 6일 집행유예가 선고된 데 이어 2호 재판에서는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 되면서 건설업계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원청시공사에선 안전 관련 장비, 시설, 제도 등 다방면으로 신경을 써서 정비하고 발전해 가고 있는데 안전담당책임자(CSO)도 아니고 원청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으면 지금까지 현장의 안전한 환경을 만들려던 노력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도 "경영책임자 처벌은 과도하다"며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면 처벌을 우선할 게 아니라 역할과 책임부터 명확히 하고 법 개정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중견 건설사인 온유파트너스 대표는 지난해 5월 고양시 한 요양병원 증축 공사장 하도급 노동자 추락사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과 이행 의무를 지키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안전대 없이 5층 높이에서 철근을 옮기다가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정부지법은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A씨는 경영책임자로서 중대재해를 예방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한 법으로서 지난해 1월27일 시행됐다.

현재까지 14건의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실효성 논란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원청 기업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된 만큼 대형 건설사 총수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1월29일 경기 양주시 석산에서 토사가 붕괴해 작업자 3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 재판을 진행 중이다.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첫 번째 사례로 지난달 31일에는 그룹 총수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삼표산업 이외에 DL이앤씨, SGC이테크건설도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입건된 상황이다.

가뜩이나 원자잿값 상승과 금리 인상 등 여파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더 위축될 우려도 나온다. 중대재해법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이나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논란에도 휘말린 만큼 업계에서는 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원자잿값 상승, 화물연대 파업, 주택 원가 공개 등 건설업 전반이 흔들리면서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는데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게 중대재해처벌법이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업계는 없다. CEO 구속이 최선은 아니다. 애가 잘못을 저지르면 부모가 타이르고 가르쳐야 하는데 부모를 잡아가면 어떻게 하나. 현실에 맞게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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