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패턴(눈속임 상술)’ 규제 나선 정부… “입법 공백 최소화해야”

세종=박소정 기자 2023. 4. 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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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다크패턴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
문제되는 13개 유형 중 6개는 ‘입법 필요’
美·EU·獨·호주 등 선진국 조항 기준 될듯
법 개정前 ‘경계선 행위’ 감시 역할 요구돼
로이터

정부가 ‘다크패턴’(눈속임 상술)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기준을 만들었지만, 추가 입법까지 공백이 있어 당분간 소비자 피해가 근절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크패턴의 13가지 유형 중 6가지의 문제 행위의 경우 처벌 규정이 기존 전자상거래법에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 개정 전까진 위법과 합법 사이 ‘경계선’에 위치한 행위가 존재하는 만큼, 정부의 촘촘한 단속과 지도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1일 ‘온라인 다크패턴 소비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다크패턴은 온라인 쇼핑몰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소비자의 착각과 실수 그리고 비합리적 지출을 유도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어떤 행위를 다크패턴으로 규정할지, 어느 범위까지 규율이 필요한지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공정위가 처음으로 제시했다.

공정위는 규제가 필요한 다크패턴 유형을 총 13가지로 규정했다. 이 중 거짓 할인·추천 등 7개 유형은 현행 전자상거래법으로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 문제는 ▲숨은 갱신 ▲취소·탈퇴 방해 ▲순차 공개 가격 책정 ▲잘못된 계층 구조 ▲특정 옵션 사전 선택 ▲반복 간섭 등 현행법에 규율되지 않은 6개 행위다. 이들 유형의 경우 적발하더라도 제재할 뚜렷한 법적 근거가 아직은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관련 금지 규정을 신설하는 등 입법 작업이 뒤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다크패턴 근절 당정협의회'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 다크패턴은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은밀하게 방해하는 눈속임 행위를 말한다. /연합뉴스

◇ 美·EU·獨·호주 등 입법례 참고할 듯

정부는 미국·EU·독일·호주 등 일찍이 해당 유형을 금지하고 있는 해외 입법례를 참고해 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정 기간 무료 체험 후 고지 없이 슬그머니 자동 결제되도록 하는 ‘숨은 갱신’ 유형의 경우,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법(FTC법·Federal Trade Commission Act)과 EU의 불공정관행지침(UCPD)에서 규제하고 있다.

EU는 ‘소비자가 달리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계약을 자동으로 갱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탈리아의 한 업체는 ‘2주 무료 평가판 종료 후 프리미엄 구독 갱신 조치’하는 다크패턴 행위를 범해 실제 벌금을 부과받았다.

상품 검색 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에는 일부러 가격을 낮게 표시하고 결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차츰 숨겨진 가격을 합산하는 ‘순차 공개 가격 책정’ 유형은 숙박 플랫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인데, 독일의 가격표시법이나 호주 소비자보호법에 금지 규정이 있다. 독일은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총가격을 명시해야 한다’고 의무 조항을 두고 있다. 호주는 항공사 젯스타(Jestar)와 버진(Virgin)에 해당 조항을 적용해 지난 2015년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 밖에 ‘잘못된 계층 구조’, ‘반복 간섭’, ‘취소·탈퇴 방해’ 유형은 EU 회원국을 상대로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디지털서비스법(DSA·Digital Service Act)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취소·탈퇴 방해의 경우 ‘서비스를 해지하는 절차를 구독하는 절차보다 더 어렵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기만·조작적 방법으로 소비자의 자유로운 결정을 실질적으로 왜곡·악화하는 온라인 인터페이스 운영을 금지한다’라고 명시됐다. ‘특정 옵션 사전 선택’은 독일 민법과 EU 개인정보보호법(GDPR)에 제재 규정을 두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 “법 개정 전 ‘꼼수 편법’ 공정위가 걸러내야”

정부는 전자상거래법 등에 위 여섯 가지 유형의 다크패턴 행위를 금지 행위로 명시할 방침이다. 다만 법 개정 사항인 만큼, 실제 법적 근거로서 준비되려면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국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되면 입법 논의를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해당 행위들이 당분간 합법과 위법의 경계선에 위치하는 만큼, 정부의 적발과 지도 등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현행법에서 규율되지 않는 다크패턴에 대해 추가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사업자와 소비자의 인식을 제고하겠다”며 “가이드라인이 제정돼 종전 행태 중 인식 전환할 수 있는 것들이 구체화하면 사업자들의 수용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크패턴 기본적 틀을 제시한 공정위는 앞으로 관련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소비자원은 최근 종합 쇼핑몰을 대상으로 1차 조사에 착수했으며, 하반기에도 의류·엔터테인먼트 등 개별 특화 쇼핑몰을 대상으로 2·3차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문제 행위를 적발하면 적극 시정 조치할 예정이다.

한편 문제가 되는 다크패턴 행위 적발 시 공정위는 해당 사업체에 시정조치나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런 지적에도 시정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다크패턴 행위 제재를 매우 구체화한 EU의 DSA법은 ‘세계 연간 총매출액의 최대 6%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비교적 강도 높은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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