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술 자부심 K-전투기, 곧 전세계 하늘 누빕니다”

2023. 4. 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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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사천 본사 르포
T-50·FA-50 생산시설 축구장 3개 크기
해외 수출 본격화...품질관리에 사활
VR 훈련장비 살펴보고 직접 체험도

“해외에서 들여온 부품을 단순히 조립하던 우리가 이제는 우리 기술로 전투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어마어마한 일이 바로 이 첨단시골에서 일어나고 있죠. 우리 항공 산업의 우수성은 증명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전세계 상공을 누비게 될 겁니다.”

▶ “K-방산 최전선” 5000여명 직원들, 밤낮 구슬땀=10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최종원 KAI 고정익사업·수출그룹장(상무)은 이렇게 힘줘 말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KAI에서 하늘길을 개척하는데 힘써왔다. 최근 연이은 경공격기 FA-50 수출 성과에 대해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KAI는 지난해 폴란드에 이어 올해 초 말레이시아에서 대규모 FA-50 수출 계약을 따냈다.

최 그룹장의 말처럼 KAI가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그야말로 비상하고 있다. FA-50의 기본형인 고등훈련기 T-50 계열 항공기만 지난달 기준 누적 138대를 수출했다. 최근 방산 시장에서 항공 분야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K-방산 대표주자로서 KAI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기자가 찾은 25만평 규모의 KAI 사천 본사에서는 5000여 명의 직원이 하늘길, 우주길로의 여정을 묵묵히 걷고 있었다. 이들은 T-50 계열을 포함한 전투기, 한국형 헬리콥터 수리온 등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위성,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축구장 3개 크기의 고정익동(전투기 생산시설)에선 최종 조립 작업이 분주히 진행되고 있었다. 부식방지를 위해 프라이머(primer·전 처리 도장용 도료)를 바른 미완의 연두색 항공기가 공장 내부를 가득 채웠다. T-50 계열의 전투입문기 TA-50 7대가 줄지어 있는 모습은 마치 진화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 라인에 따라 흐름 생산을 하고 있었기에 한 공정이 끝날 때마다 완성품의 모습을 갖춰 갔다.

전방·중앙·후방동체를 만들고 이들을 하나의 동체를 만드는 작업은 대부분 자동화돼 있었다. 다만 한기당 25만~30만개에 달하는 부품을 장착하는 건 대부분 수작업이었다. TA-50을 기준으로 동체에 뚫는 구멍만 수천개에 달하는 만큼 구멍 뚫는 작업의 자동화만으로도 효율성은 크게 뛰었다.

대형로봇드릴링시스템(LRDS) 도입으로 숙련된 작업자를 기준으로 180초 걸리던 구멍 가공 작업이 25초로 줄었다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방·중앙·후방동체 결합도 자체 개발한 동체자동조립시스템(FASS)을 통해 진행하는데 정밀도가 향상됐다고 그는 강조했다.

동체가 완성되면 그때부터는 항공기 내부를 채웠다. 수십 ㎞에 달하는 전선을 깔고 각종 시스템을 장착했다. 중간중간 전기는 잘 통하는지 유압 계통에 문제는 없는지 점검도 꼼꼼히 진행했다.

완성된 항공기는 격납고로 옮겨진다. 도장을 하고 연료를 최초 공급해 확인하고 엔진 테스트까지 마쳐야 비로소 하늘을 날 수 있다. 시험 비행을 마칠 때까지 통상 30개월이 걸린다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KAI는 생산라인 효율화, 공정 최적화 등을 통해 월 생산량을 T-50 계열 기준 2배 이상 늘려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격납고에는 조만간 폴란드에 수출되는 경공격기 FA-50 1호기가 늠름하게 서 있었다. 이날 오전 시험비행을 마친 KF-21 시제기도 함께였다. 주 무대인 하늘이 아닌 땅에 있었지만 위용은 넘쳤다. 회전익동에선 수리온 6대가 줄지어 조립되고 있었다. 뒤편으로는 지난해 말 양산에 들어간 소형무장헬기 LAH의 구조 조립도 한창이었다. 헬기도 생산 공정은 고정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 동체에 전방 조종석과 후방 꼬리를 연결한 뒤 전선과 각종 항공전자장비 등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만든다.

수리온 양산으로 헬기 국산화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회전익에서 가장 중요한 동력전달장치(기어박스)는 아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KAI는 2030년 동력전달장치 개발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완전 국산화가 이뤄지면 KAI가 추진 중인 유무인 복합체계(MUM-T) 구축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격납고 역할을 하는 뒤편으로 자리를 옮기니 수리온 계열인 상륙기동헬기 MUH-1에 블레이드를 부착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길이가 7m를 넘는 거대한 블레이드가 장착되면 시험 비행에 들어가게 된다. 수리온 시제기와 LAH 시제기도 나란히 있었다. KUH001의 경우 상태감시시스템(HUMS) 국산화를 위한 개조 등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우주길 개척 작업도 착착...2050년 ‘글로벌 톱7’ 도약=우주센터에선 차세대중형위성 4호기 본체를 조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위성체계실은 설계부터 조립, 시험, 최종 준비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도록 돼 있다. 워낙 민감한 장비다 보니 온도와 습도, 청정도 유지는 필수라고 현장 관계자는 강조했다.

항공기 훈련체계를 최종 점검하는 곳도 우주센터에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선 각종 항공기 시뮬레이터는 물론 사내 공모전 수상을 계기로 개발된 VR(가상현실) 훈련장비 등을 살펴보고 직접 체험도 해볼 수 있었다. 돔 모양의 시뮬레이터에는 항공기 조종석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앞에는 좌우 최대 315도까지 펼쳐진 화면이 놓여져 있었다. 실제 상황과 동일한 환경에서 비행 훈련이 가능하도록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탑재됐다. 일부 모델은 조종석 진동까지도 현실감 있게 구현했다는 전언이다.

강구영 KAI 사장은 올해 초 2050년 연 매출 40조원 달성으로 글로벌 톱7 항공우주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퀀텀점프(비약적 도약)를 위해 연구개발(R&D)에만 2027년까지 1조5000억원, 이후 5년간 3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전투기 추가 수출과 함께 내년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게 KAI의 구상이다. 미국진출은 최대 방산 전 세계 훈련기 시장의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KAI는 이미 이집트와 전투기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고 UAE(아랍에미리트), 슬로바키아 등에 진출할 가능성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KAI 관계자는 “FA-50이 그 우수성에 걸맞게 세계 경전투기 시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미국 사업이 매우 중요하다”며 “폴란드 수출사업의 성공적인 이행이 향후 예상되는 미국 사업과 추가 수출 사업 성공에 강한 모멘텀(추진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천=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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