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글자대로 사는 세상

2023. 4. 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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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원리를 배울 때가 많다.

글자 속에 삶의 방식이나 지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검(劍)'이라는 한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검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옥(獄)'이라는 글자는 '말(言)'을 양쪽에서 '개(狗, 犬)'들이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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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 경희대 교수

한자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원리를 배울 때가 많습니다. 글자 속에 삶의 방식이나 지침이 들어 있어서 그대로 살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고 보면 잘 사는 게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막상 글자대로 살려면 쉽지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근에 정치 혐오가 만연해 있는 것을 보고, 몇 단어의 한자가 생각났습니다. 우선 정치(政治)라는 말에서 정(政)의 뜻을 생각해 볼까요? 정치의 정에는 바를 정(正)이라는 한자가 들어 있습니다. 논어에 보면 공자께 정치가 무어냐고 물었을 때 정치는 바를 정(正)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정말로 멋진 대화입니다. 정치는 바르게 하면 되는 겁니다.

국민을 대표하여 정부의 일을 감시하는 국회의원(國會議員)의 경우도 한자로 보면 역할이 명확합니다. 의원의 의(議)는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즉 옳을 의(義)에 말씀 언(言)이 합쳐진 글자가 의원의 의(議)입니다. 불의에 타협하지 말고, 정당의 이익에만 몰두하지 않아야 합니다. 국민의 뜻을 올바르게 전하는 사람이 의원입니다.

판사(判事)와 검사(檢事)라는 말은 약간의 오해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판사보다 검사라는 말에서 칼의 느낌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자세히 보면 칼은 판사에 들어 있습니다. 검사는 칼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판사의 판(判)은 판단한다는 의미의 판입니다. 이 글자는 칼로 반을 나누는 모양입니다. 저는 이 모습이 옳고 그름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우치면 안 됩니다. 특히 힘 있는 이라고, 아는 이라고, 돈이 있다고 치우쳐서 자르면 안 됩니다. 자칫하면 억울한 이를 만듭니다.

검사(檢事)의 검은 사실 칼과 관련이 없습니다. 나무 목(木)에 다 첨(僉)이라는 글자가 합쳐진 글자가 검(檢)입니다. 다 첨에 칼 도(刀)가 있어야 칼을 나타내는 검(劍)이 됩니다. 검사라는 직책은 조사하고, 검사하여 보고하는 역할입니다. 잘 했다고 인정해 줄 때, 검(檢)이라는 도장을 찍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죄를 판단하는 것이 판사의 일이라면 죄의 조사는 검사의 일입니다. 칼은 판사의 몫인데, 검사라고 하면 칼을 떠올리는 것은 왜일까요? 칼인 검(劍)이라는 표현 때문이기도 하지만 검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검사는 칼을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검사는 잘잘못을 조사하는 사람입니다. 함부로 칼을 쓰면 안 됩니다.

예전에 감옥은 말을 가두는 곳이었습니다. 타는 말이 아니라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옥(獄)이라는 글자는 말[言]을 양쪽에서 개[狗, 犬]들이 지키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는 이 글자를 보면서 어떤 말을 가두어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개처럼 서로 물어뜯고, 상처 주는 말은 가두어야 할 겁니다. 모욕, 치욕, 험담, 사기 등 수많은 말은 범죄와 싸움의 근원이 됩니다. 그런데 이것을 잘못 해석하여 옳은 말까지 가두어 버리면 그야말로 개판이 됩니다.

대통령이나 총리라는 말도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총리(總理)의 총(總)은 모두라는 뜻입니다. 당연히 모든 일과 관련이 되며 모든 이에 관계합니다. 어떤 특정한 집단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대통령(大統領)의 통(統)은 통솔한다는 의미가 있어서 사람들이 이 표현에 집착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거느리는 것에 집착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大)라는 말은 크다는 뜻보다는 모두라는 의미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통 역시 다른 의미로 거느리다 말고 합치다의 의미가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연스레 통은 합(合)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대통령은 모두의 통합(統合)이 목표가 되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저는 글자대로 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말대로 살면 말이 되는 세상을 사는 겁니다. 그게 칭찬 받는 일입니다. 우리말에서 ‘-답다’는 그럴 때 씁니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면 됩니다. 선생은 선생답게 살면 됩니다. 그리고 나는 나답게 살면 되는 겁니다. 그게 아름다운 삶입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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