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반한 K2, 무결점 위해 테스트 또 테스트

2023. 4. 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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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창원공장 르포
최대시속 70㎞·60도 경사면 매끄럽게
기동성·화력·방호력 3박자 수출 효자
잠수·성능 검사 거쳐 완벽 품질 구현
K2 전차가 12일 경남 창원 현대로템에서 장애물을 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바닥에 검은색 원 모양의 궤적을 남기며 K2 전차가 제자리 돌기를 시작했다. ‘슈우우웅~ 콰과광’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차체(하부)와 달리 포탑(상부)은 평온했다.

수신호를 주고받자 120㎜ 55구경장 활강포가 내려온다. 울퉁불퉁한 장애물을 넘으면서 차체가 흔들렸지만, 정확하게 적을 조준해야 하는 포탑은 흔들림이 없었다.

전장 10.8m, 전폭 3.6m, 전고 2.4m, 56t의 육중한 몸이다. 하지만 시속 70㎞에 달하는 속도로 쏜살같이 눈앞을 지나갔다. 아찔한 60도의 경사면을 매끄럽게 오른다. 중간에 멈췄다가 뒤로 후진도 가능하다. 최대 수심 4.1m의 수중도하 능력은 기본이다.

12일 헤럴드경제가 방문한 경남 창원 현대로템 공장 내 시험장에서는 K2 전차의 마지막 성능 점검이 한창이었다. K2 전차는 용접부터 가공, 도장, 조립까지 현대로템 방산 1공장에서 진행된다. 공장 곳곳에는 태극기가 걸려있었고, 천장에는 ‘무결점 제품 실현’ 등의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완벽한 전차를 위한 현대로템의 의지가 묻어났다.

승리의 검은 표범 ‘흑표’, 세계 최정상급 3.5세대 전차, 최신 기술이 집약된 미래형 스마트 무기체계.... K2 전차에는 따라붙는 수식어가 많다.

현대로템은 1977년 미국이 개발한 ‘M48’ 전차의 개조 시제품 생산을 시작으로 전차 양산에 뛰어들었다. 이어 1985년 최초의 한국형 전차인 ‘K1’의 시제 전차가 출고됐다. 이후 현대로템은 미래 전장 대비를 위해 K2 전차 개발에 돌입했다.

K2 전차는 2014년부터 육군에서 운용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 기동성, 화력, 방호력 3박자를 모두 갖춘 기술력이 기반이 됐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8월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 수출을 위한 1차 이행계약을 체결하고 2025년까지 K2 전차 180대를 폴란드에 공급키로 했다. 같은 해 12월 초도물량 10대를 폴란드 측에 인도 완료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도 1차 공급 물량의 일부인 5대를 조기 납품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2차 계약도 앞두고 있는데, 성사될 경우 납품 물량은 총 1000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날 공장은 생산이 완료된 전차에 대한 품질 검사로 분주했다. 해당 전차는 향후 수출 및 육군에 납품된다. 공정 검사, 잠수 검사, 차체 성능 검사, 포탑 검사, 위장 도색 검사, 출고 검사 등 여러 차례의 단계를 거쳐 완벽하다고 판단된 전차 만이 공장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경사면 테스트
속도 테스트

현장에서 진행되는 각종 검사를 통해 K2 전차의 뛰어난 기동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K2 전차는 거친 지형은 물론 물속도 지나갈 수 있다. 최대 수심 4.1m의 수중 도하 능력을 갖췄다. 유기압 현수장치로 필요에 따라 차체 높이와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다. 시험장에서는 담당자가 전차를 깊은 물웅덩이에 20여 분간 담근 이후 물이 새는 곳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기존 K1 전차와 비교해 한층 강화된 화력과 각종 첨단 시스템도 자랑할 만하다는 평가다. 시험장에서 만난 이지상 방산생산1팀 책임매니저는 “K2전차에는 자동 장전장치가 적용돼 신속한 재장전 및 발사가 가능하다”며 “기존 K1 전차의 경우 탄을 장전하는 사람이 필요했지만 K2는 알아서 장전되기 때문에 필수 인원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일반 전차에는 전차장·사수·포수·장전수까지 4명의 인원이 필요했다면, K2에는 장전수를 제외한 3명만 탑승하면 된다. 긴박한 전쟁 상황에서 보다 인력 운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셈이다.

내장된 전자 암호를 통해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는 피아식별장치, 적의 대전차 미사일 및 로켓 발사를 자체적으로 탐지 후 경고해 주는 레이더, 적의 공격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연막탄을 발사 전차의 은폐·엄폐가 가능한 연막탄 기능도 갖췄다.

K2 전차는 지난달 말 폴란드에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실사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K2 전차는 최대 2.7㎞ 떨어진 표적을 잇달아 명중하는 등 압도적인 성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두다 대통령은 “K2는 더 가볍고 기동성이 뛰어난 동시에 우리의 지형, 지리적 조건, 폴란드·유럽의 요구 사항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전차”라고 극찬했다. 전차를 직접 체험한 장병들은 “구형 차를 최신 자동차로 바꾸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남겼다.

현대로템은 향후 수출 물량 준비에 있어서도 더욱 완벽을 기하겠다는 포부다. 이지상 책임매니저는 “업무 부하가 예상되는 팀을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특별 연장근로 신청을 통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K2 전차를 신속하게 출고할 수 있었다”며 “남은 수출 물량 역시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차질 없이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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