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 무너지고 반대매매 쏟아져 난리인데… 남몰래 웃는 인버스 투자자

정현진 기자 2023. 4. 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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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우려와 실적 악화, SG증권 발 매물 폭탄 공포에다 주가 조작 의혹, 신용 축소에 따른 반대매매까지 불거지면서 투심이 위축된 가운데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는 데 베팅한 개미들이 남몰래 웃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G증권 발 충격으로 신용융자 자금이 줄어든 데다, 국내 증시를 끌어 올렸던 이차전지와 철강주 상승세도 꺾이며 한동안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개인들의 하락장 베팅이 이번에는 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손민균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상위에는 코스닥·코스피 인버스 상품들이 줄줄이 올랐다. 최근 5거래일(4월 19~25일)간 ETF 수익률 상위 15개 종목 중 10개 종목이 코스피와 코스닥 인버스 상품으로 나타났다. 인버스 상품이란 기초 지수가 1% 하락하면 투자자가 1% 수익을 보는 구조다.

특히 수익률 상위 1~5위는 코스닥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이 모두 차지했다. ‘KOSEF 코스닥150선물인버스’(9.79%), ‘KBSTAR 코스닥150선물인버스’(9.47%), ‘ARIRANG 코스닥150선물인버스’(9.46%). ‘TIGER 코스닥150선물인버스’(9.40%),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9.27%) 등이다. 수익률은 전부 9%대로,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가 7.73% 하락한 것을 고려할 때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코스피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들이 수익률 상위에 올랐다. 기초 지수가 1% 하락하면 2% 수익을 보는, 이른바 ‘곱버스’로 불리는 ETF들은 같은 기간 5%대 수익률을 나타냈다. ‘TIGER 200선물인버스2X’(5.81%). ‘ARIRANG 200선물인버스2X’(5.67%), ‘KODEX 200선물인버스2X’(5.53%), ‘KOSEF 200선물인버스2X’(5.52%), ‘KBSTAR 200선물인버스2X’(5.35%) 등이다.

개인은 2차전지 주식을 많이 사들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버스도 많이 매수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기 전 5거래일(4월 12~18일) 동안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 5개 종목을 총 246억6700만원어치, 코스피200선물인버스2X ETF 5개 종목을 총 1753억17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비교적 적절한 시점에 잘 진입한 것이다.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하며 이달 초 각각 약 8개월, 11개월 만에 되찾은 2500선, 900선을 내주고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이번 주 초부터 SG증권 발 매물이 쏟아지면서 지수 하락 폭이 확대됐다. 해당 종목들이 장기간에 걸쳐 주가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투심이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까지 막히면서 국내 증시에 유동성이 급격히 말라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SG증권 발 사태로 하한가를 기록했던 종목들을 포함해 변동성 우려가 큰 종목에 대해 신용대출 종목군에서 제외하거나 증거금률을 높였다. 해당 종목의 폭락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추가적인 반대매매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한동안 증시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올 초 국내 증시를 밀어 올리던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상승세도 과열 논란에 한풀 꺾였고, 은행권 위기감이 재부각된 미국 증시 전반에도 먹구름이 짙게 깔린 상황이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5bp(1bp=0.01%P)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판명되고 있어 증시 하 방압력이 강해지고 있는 데다가 국내에서 SG증권 매도 물량이 출회되며 삼천리 등 덩치가 있는 종목들이 계속 크게 하락하고 있어 증시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호실적을 발표하며 증시가 잠시 반등하는 듯했지만, 이들 종목도 장 마감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상승 폭을 모두 반납한 데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예금 감소 발표에 은행권 리스크도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25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은행 연쇄 위기 사태에 휩쓸렸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올해 1분기 말 예금 보유액이 전 분기 대비 40%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포스트리퍼블릭은행은 50% 폭락했다.

최근 국내 증시를 견인했던 이차전지와 철강주 등의 상승세도 주춤하다. 황 연구원은 “이차전지주의 경우 최근 당국에서 종목 과열 양상을 언급하며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종목에 대해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투심이 위축됐고, 중국 리오프닝 수혜가 기대됐던 철강주도 예상보다 중국 내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 흐름이 부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증시가 나아질 만한 계기가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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