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은 왜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오지랖을 멈추지 않을까
‘백종원 시장이 되다’, 욕까지 먹으면서도 포기 않는 상생의 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지금이라도, 이건 겁주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여러분들은 이용당하는 거예요." 예산 시장에 들어갈 젊은 창업자들을 모아 놓은 자리에서 백종원은 대뜸 그렇게 말했다. 아마도 그 내막을 모르고 듣는 이야기라면 "이용당한다"는 그 말이 당혹스러운 것일 테지만, 그 자리에 모인 창업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수긍했다. 백종원이 말을 이었다. "이건 시장 살리기가 아니에요. 시장 살리기라는 도구로 지역에 도움을 주겠다는 거지."
백종원의 개인채널을 통해 시도된 <백종원 시장이 되다>라는 프로젝트는 마치 백종원이 정치일선에 나서는 것처럼 시선을 끌었지만, 알고 보니 예산 시장 살리기에 나선다는 의미였다. 더본코리아 대표로서 백종원은 이 프로젝트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장 전체의 리모델링을 했고 음식 레시피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었다. 그 영향력은 곧바로 시장의 활기로 돌아왔다. 그간 찾는 이 없이 텅텅 비었던 시장이었지만, 오픈 한 지 보름 만에 약 3만 명이 찾았던 것.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었고, 또 잘 풀리면 풀리는 대로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시장 상인 중 일부가 반대하는 걸, 일일이 백종원이 찾아가 설득했고, 전국적으로 예산시장이 알려지면서 몰려드는 손님들을 제대로 수용하고 서비스할 수 없게 되자, 백종원은 임시 휴업을 선택했다. 다시 제대로 준비해 돌아오겠다는 의지였다.
시장 내에 직접 운영하는 점포 5곳을 오픈했지만, 백종원의 손길은 그곳에만 머문 게 아니었다. 시장 내에 있는 중국집을 찾아가 짜장면과 짬뽕 레시피를 전수하고 자동 웍질을 해주는 기계를 내주기도 했고, 칼국수집에도 마라양념을 전수해 마라맛 칼국수 레시피를 알려주기도 했다. 건어물 가게에는 즉석에서 구워 팔 수 있게 굽는 기계를 설치해줬고, 시장 안에 있는 카페와 떡집을 연계하는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커피향을 장옥까지 흐르게 하는 환풍구를 연결하게 했다.
그의 오지랖(?)처럼 보이지만 실상 이런 행보는 <백종원 시장이 되다>라는 프로젝트의 목적이기도 했다. 젊은 창업자들에게 했던 말처럼 시장만 살리는 게 아니라, 그걸 중심으로 해서 지역 상권 전체를 살리는 게 이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백종원은 시장 바깥에서도 예산의 찾아가볼만한 집을 발굴하고, 나아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백반식으로 나오는 돈가스집에는 반찬을 더 만들어 이걸 특색으로 내세웠으면 하는 조언을 해줬고, 그 옆집인 호떡집에는 예산의 명물이 사과를 이용한 호떡 레시피를 개발해 전수해줬다.
물론 모든 게 백종원의 생각대로 돌아가는 건 아니었다. 애초 점포 5곳을 직접 직영하려 했던 이유 중 가장 큰 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였지만, 예산 시장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하고 슬슬 부동산이 들썩이자 집주인들이 임대인들을 내보내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업이나 음식점들 중 일부가 가격을 몇 배로 올리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본인의 이름을 내건 국밥집 거리가 위생문제 등으로 SNS에 비판이 올라오기도 했다.
백종원은 지역 상인들을 하나하나 찾아가거나 모아서 자신의 '큰 그림'을 설명하고 설득했다. 반짝하고 끝날 일이 아니니 '소탐대실'하지 말자고 업주들에게 강조했고, 점포들을 더 늘리면서 주변 가게들에도 아낌없이 레시피와 아이디어들을 내놓으면서 시장만이 아닌 예산 지역 전체를 붐업시키겠다는 그 의지를 내보였다. 물론 설득하고 지원까지 했던 국밥집 거리는 마음대로 되지 않아 결국 자신의 이름을 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고, 지역상인들 중에는 그를 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백종원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결국 이 지역 살리기 실험(?)은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 백종원이라는 한 인물이 시작한 일이지만, 전국의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들은 이 프로젝트를 예사롭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찌 보면 이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정부가 나서서 앞장서야 할 일이다. 현재 인구가 급속도로 줄고 있는 지역의 문제는 국가 전체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종원이 오해 때문에 갖은 수모를 겪으면서도 이를 포기하지 않고 보여주는 헌신적인 노력이 불러일으키는 감동은, 에둘러 진짜 이 문제에 앞장서야할 정부와 지자체, 정치인들이 지금껏 무얼 해왔는가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게 만든다. 이 정도의 헌신이라면 시장이라도 시켜줘야 할 판이다. 물론 백종원 본인은 1도 관심 없겠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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