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금야금 1340원대까지 오른 환율...한미 통화스와프 재점화
외환보유액 IMF 권고 3년째 미달
전문가 “금융안전망 큰 문제 없어”
원/달러 환율이 재차 연고점(1337.2원)을 넘으며 1340원대까지 넘보면서 환율 불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가파른 원화 약세를 방치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 수준을 3년째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환보유액에 통화스와프와 IMF 탄력대출제도(FCL) 등을 모두 고려한 우리나라의 금융안전망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우리나라가 채권국으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외환보유액, IMF 권고치 밑돌아= 26일 IMF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IMF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Assessing Reserve Adequacy·ARA)는 97.0%를 기록했다.
IMF ARA는 단기외채, 통화량, 수출액, 포트폴리오 및 기타투자 부채 잔액을 기반으로 산출한 국가별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보조지표로, IMF는 통상 100~150%를 적정한 외환보유액 수준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IMF ARA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1.5%, 1999년 86.4%로 IMF 권고 수준을 밑돌다 2000년(114.3%) 이후 2019년(108.1%)까지 100%를 상회했다.
하지만 2020년 98.9%로 떨어진 뒤 2021년(99%), 2022년까지 3년째 권고 수준을 하회했다.
국제금융센터는 “2022년 중 글로벌 달러화 초강세에 대응해 아시아 주요국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면서 일부 국가들은 권고 수준 하단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걸핏하면 통화스와프 목소리...체력 약한 원화가 원인= 다만, IMF ARA는 외환보유액 적정 수준을 평가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에 불과해 이것만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위험 수준에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과 IMF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 3월 말 기준 한국의 금융안정망은 외환보유액 4260억7000만달러, 통화스와프 842억달러,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회(CMIM) 153억6000만달러, IMF 탄력대출제도(FCL) 665억8000만달러 등으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미 통화스와프 얘기가 반복해서 나오는 것은 높은 환율 변동성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자 제기된 한미 통화스와프 주장은 이후 환율이 하락하며 다소 잠잠해졌다가 최근 환율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연고점을 경신하자 재점화됐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크게 움직이고, 한미 기준금리가 사상 최대폭으로 역전돼 있는 현 상황에서 환율은 언제든 뛸 수 있으며 이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원화의 체질 약화도 우려를 높이고 있다. 과거 달러화 가치와 비슷한 폭으로 움직이던 원화 가치가 이제는 달러화가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일간 평균 변동률도 지난달 기준 0.66%로 미국(0.45%), 일본(0.59%), 유로(0.54%), 영국(0.55%), 중국(0.27%), 인도(0.22%) 등 주요국보다 높은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한미 통화스와프 재가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스위스, 캐나다, 호주, 중국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상태지만 한미 통화스와프가 금융시장 안정에 가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부와 한은에서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얘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지금 통화스와프가 급하게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는 현재 채권국으로, (통화스와프가) 현재 우리에게 왜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계속 이런(통화스와프 체결) 얘기를 하면 밖에서 볼 때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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