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 실물 복원, 조선 ‘수도방어체계’ 세계유산 등재 추진…서울 역사도시 정체성 강화
서울 사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실물이 없는 돈의문 복원 작업이 시작된다. 한양도성에서 북한산성까지의 조선 수도 방어체제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된다.
서울시는 2027년까지 실행할 ‘제2기 역사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향후 5년간 1조2840억원 투입한다고 26일 밝혔다. 시내 역사공간을 재조명하고, 문화유산 체험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삼국시대부터 2000년을 이어온 서울의 역사 정체성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도심권에서는 조선시대 등의 핵심 유적이 복원된다. 우선 올해부터 장기적으로 돈의문을 복원하기 위한 기본구상에 나선다. 남쪽 숭례문, 북쪽 숙정문, 동쪽 흥인지문과 함께 서울 사대문 중 하나인 돈의문은 1915년 일제 전차 궤도 복선화 사업으로 철거됐다.
광화문 의정부 터는 유구를 복토하는 대신 주요 건물을 디지털로 복원하고, 상부에는 역사유적광장을 조성해 개방한다. 실물 복원이 어려운 경희궁 터와 고대 백제 왕성 등은 학술 고증을 거쳐 디지털로 복원한다.
백제 왕성인 풍납동 토성도 왕궁 추정지 등을 집중 보상해 복원과 함께 주민 정주 환경 개선을 지원하기로 했다. 고려 남경 궁궐터로 추정되는 청와대와 고려 건축물 흔적이 출토된 신영동 유적지 등을 활용한 고려사 연구 기초 작업도 이루어진다.
한양도성에서 탕춘대성, 북한산성까지 조선의 수도방어체제는 통합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조선시대 최고(最古)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세종 갑인자(1434년)와 ‘ㅭ’, ‘ㆆ’, ‘ㅸ’ 등 동국정운식 한글 금속활자, 별자리를 이용해 시간을 가늠한 일성정시의 등이 발굴된 종로구 공평동 15·16지구에는 유적전시관이 건립된다.
한강변에서는 나루터를 활용한 조선뱃길과 독립운동 유적지 투어, 석유비축기지 등을 활용한 산업화 현장 체험 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순신 기념관, 서울물길박물관(가칭)도 추진하고 성북동 별서와 초안산 분묘군, 도봉서원 등 지역별 유산을 복원하는 한편 아차산 홍련봉 보루에는 유구보호시설을 만든다.
서울시는 매장 문화재 위치를 지번별로 확인할 수 있는 ‘문화유적분포지도’를 구축할 예정이다. 지역별 개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문화재 보호 항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발 중 갑자기 문화재가 발굴돼 중단되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서울·공주·부여 학술네트워크를 구성해 백제 왕도 실체를 공동 연구하고, 2007년부터 20년 간 진행된 서울지역생활사 연구는 2026년까지 완료한다. 자치구별 향토문화유산을 발굴해 지정·보존할 수 있도록 향토유산보호조례 제정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다.
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시민들은 역사와 함께하는 일상을 누리고 관광객들은 2000년 역사도시인 서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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