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진화는 이런 것"…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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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남성 무용수 18명이 열을 지어 돌고, 가르고, 겨룬다.
지난 25일 '일무' 연습이 한창인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은 24명의 여성 무용수와 18명의 남성 무용수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서울시무용단이 이날 공개한 장면은 '일무' 중 남성 무용수들이 추는 '무무'(정대업지무)와 여성 무용수들이 추는 '춘앵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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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건장한 남성 무용수 18명이 열을 지어 돌고, 가르고, 겨룬다. 쨍한 주황색 의상이 박진감 있는 동작과 어우러져 위압적이다.
24명의 여성 무용수들은 눈이 시릴 만큼 채도 높은 초록색 전통의상 차림이다. 팔을 들고 빙글빙글 돌며 전통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모란꽃처럼 우아하다. 그런데 음악이 바뀌자 몸짓도 달라진다. 으쓱으쓱 어깨춤을 추고, 오른쪽 다리를 올리는 등 자유분방 그 자체다.
지난 25일 '일무' 연습이 한창인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은 24명의 여성 무용수와 18명의 남성 무용수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정구호 연출과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안무), 김성훈(안무), 김재덕(안무·음악) 안무가도 함께 자리했다.
일무는 악·가·무가 어우러진 궁중문화를 모던하게 풀어내 지난해 초연 당시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지난해 한국무용 초연으로는 이례적으로 3022석 세종대극장에서 4회 공연을 펼치며 75%를 웃도는 객석점유율을 기록, 화제가 됐다.
서울시무용단이 이날 공개한 장면은 '일무' 중 남성 무용수들이 추는 '무무'(정대업지무)와 여성 무용수들이 추는 '춘앵무'다. 춘앵무는 원래 혼자 추는 춤이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군무로 선보인다. 정혜진 단장은 "무용수들이 줄을 서서 똑같은 움직임으로 춤을 추는데, 이는 같은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희망을 의미한다"고 했다.
'일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의 문화유산 '종묘제례악'을 모티브로 한다. 하지만 원형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창작'에 힘을 실었다. 올해 공연은 초연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수정·보완해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정구호 연출은 "관객이 전통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전통이 한 가지 틀 안에서 변화하지 않고 반복하기 때문"이라며 "전통예술이 가장 현대적이고 진화된 형태의 공연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번 공연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통의 진화'를 목표로 활동해왔고, 가장 진화된 지점에 와 있는 것이 이번 '일무'입니다. 전통의 진화에 대해 앞으로 다섯 단계 정도 더 생각하는 것이 있어요. 최종 단계에서는 전통으로 규정할 수 없는 컨템포러리한 작업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올해는 기존 3막을 1막 '일무연구', 2막 '궁중무연구', 3막 '죽무', 4막 '신일무' 등 4막으로 재편성했다.
2막 '궁중무연구'는 '춘앵무'만 남기고 '가인전목단'을 과감하게 삭제했다. 신일무로 가는 과정에 새로운 3막인 '죽무'를 추가해 극적 에너지를 응축해, 4막 '신일무'에서 강하게 발산하도록 했다.
새로 추가된 '죽무'는 큰 장대를 들고 추는 남성들의 춤이다. 강렬한 힘을 느낄 수 있다. 정 연출은 "전통을 보여주는 전반부와 현대무용 성격의 4막 사이에 긴장감 있는 '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죽무'에서 남성 무용수들은 절개와 충절을 상징하는 길이 7m가량의 긴 장대를 활용, 강렬한 에너지를 보여준다.
정혜진 단장은 "고난도 동작이 이어지는 죽무를 연습하던 무용수 한 명의 근육이 파열되기도 했다"며 "그 정도로 단원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5월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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