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폭발 고수 유인나의 유쾌한 연애학 강의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이기는 연애"를 가르친다고 큰소리 뻥뻥 치던 연애 코치의 위상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적나라한 팩트 폭격으로 속을 뻥 뚫어주던 연애 고수의 기세는 어디 가고, 실연 후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꺼이꺼이 우는 연애 하수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허세가 걷히고 민낯이 드러난 여주인공의 모습에 실망하기보단 애정이 더해진다. ENA 수목극 '보라! 데보라'(극본 아경, 연출 이태곤)의 타이틀롤 유인나가 그렇다. 현실감 넘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유인나의 실연 연기가 호감을 높이고 있다.
'보라! 데보라'는 연애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연애 코치이자 인플루언서 데보라로 활동하는 연보라(유인나)가 연애는 진정성이라 믿는 출판편집자 이수혁(윤현민)과 함께 연애서를 만들면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유인나의 매력만큼이나 화사한 화면과 통통 튀는 대사들,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가 부담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보라! 데보라'를 바라보게 한다.
요즘 많은 드라마들이 복잡다단하고 충격적인 사건들로 숨차게 휘몰아치는 것에 비하면 참 별거 없는 시시한 드라마다. 그럼에도 그간 드라마 속 각종 사건들로 피로감이 높아지던 차여서 단순명료한 '보라! 데보라'에 반가운 마음이 든다. 또 그 선봉에 애교여신 유인나가 있어 상큼발랄함까지 가미됐다. 유인나가 보라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 연기를 펼치며 '보라! 데보라'에 푹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유인나가 보라를 으스대며 잘난 체해도 밉지 않고, 자존감이 떨어져 볼썽사나운 꼴을 해도 귀엽기만 한 캐릭터로 그리며 정감을 높이고 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에 인형 같은 미모를 자랑하면서도 절친한 친구 같은 친근한 매력의 소유자인 유인나가 자신의 강점을 한껏 발휘하니 팬들이 보랏빛 향기에 심취하지 않을 수 없다.
라디오 패널로도 인기를 끌 정도로 잘나가는 연애 코치로 기고만장하던 보라는 프로포즈를 받을 것이라고 김칫국만 마시다가 뜻밖에도 남자친구 노주완(황찬성)이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라디오에서는 "바람은 명백한 이별 사유입니다!"라며 연애 코치'질'을 하던 보라는 주완의 바람에는 온갖 핑계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주완이 뉘우치고 돌아오길 기다리는 바보'짓'을 하고 말았다. 그동안 사람들에게는 대차고 쿨하게 연애하라며 카리스마를 보이던 연애 코치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급기야 만취한 상태로 공식석상에서 망언을 하며 추락했다. 버스를 타고 가던 중 허망한 마음을 가눌 수 없어서 눈물이 터지며 창문 밖으로 꺽꺽 소리가 나게 통곡할 정도로 무너졌다. "데보라 says 기대는 충족시키고, 예상은 빗나가게"라고 했지만, 연보라는 예상치에서 단 1mm도 벗어나지 않는 현실 실연녀가 됐다.
뻔하지만 현실감 있고, 유치하지만 인간적인 이야기다. 이렇듯 유치찬란한 실연녀의 이야기를 유인나가 맛깔나게 소화하며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흡사 화창한 봄날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보라! 데보라'다.
또한, 롤러코스터가 한 차례 곡예를 끝내고 이제 더 큰 곡예를 향해 달릴 태세다. 보라가 주완의 바람 현장을 목격하던 때부터 지금껏 쭉, 보라의 흑역사를 지켜보게 된 남자주인공 수혁이 보라에게 어떤 연애를 가르쳐줄지 이제부터 그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는 보라의 매력을 중심으로 드라마가 전개됐다면 앞으로는 수혁의 매력에 좀더 기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인나의 매력에 사로잡혀있던 팬들에게 윤현민의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 시점이다. 더 나아가 유인나와 윤현민이 함께 케미스트리를 일으켜 보랏빛이었던 드라마를 핑크빛으로 물들여야 한다.
전혀 다른 연애 철학을 가진 두 사람이 아웅다웅하면서 서로의 매력에 빠져들 이야기가 될 게 자명하다. 하지만 그 뻔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사실 이 세상 모든 연애가 비슷비슷하고 뻔하지 않나. 몇 번씩 연애를 해봤다고 해도, 새로운 연애는 또 설레지 않나. 유인나의 새로운 로코도 그런 설렘으로 또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유인나와 윤현민의 러브라인이 얼마나 무르익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러브라인이 제대로 불붙기만 한다면 설렘이 폭발하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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