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상에 나오지 못한 생활동반자법 9년 만에 국회 발의

장슬기 기자 2023. 4. 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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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대표발의, 민주당·정의당·진보당·무소속 의원들 공동발의
혼인 외 관계도 돌봄 등 권리·의무 보장…"다양한 가족 보호해야"
2014년 진선미 의원실 준비하다 거센 비판에 발의조차 못해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지난 2014년 당시 진선미 의원실에서 준비했지만 발의하지 못한 생활동반자법이 9년이 지나 국회에 발의됐다. 생활동반자법은 성인 두 사람이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이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제도적 장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6일 생활동반자법(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와 형태를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이제는 친밀함과 돌봄을 실천하며 이루는 모든 가족을 국가가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용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에서 “최근 우리 사회의 가족은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전통적 가족 유형에서 벗어나 1인가구, 한부모가족, 입양가족, 비혼동거가족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며 “대다수의 국민이 혼인·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변(69.7%)하는 등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이어 “현행 법체계는 가족을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고, 혼인·혈연과 무관하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고 있는 생활동반자관계에 대해서는 규율하고 있지 않아 법률로서 보장하고 있는 다양한 제도에서 배제되고, 기존의 가족관계에 비하여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6일 최초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생활동반자법을 대표발의했다. 사진=pixabay

이번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에서 강민정, 권인숙, 김두관, 김한규, 유정주, 이수진(비례) 의원, 정의당에서 류효정, 장혜영 의원, 진보당 강성희 의원,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생활동반자법은 생활동반자관계 성립·해소, 효력과 그에 관한 등록·증명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본 법률안은 생활동반자 당사자에게 동거, 부양·협조의 의무를 규정하고 이들에게 일상가사대리권, 가사로 인한 채무의 연대책임, 친양자 입양 및 공동입양 등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다. 법률혼과 생활동반자관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대방 가족과 인척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라는 점이다.

생활동반자법 부칙에는 '민법'을 비롯해 25개의 가족 관련 법을 개정 내용을 담았다. 생활동반자관계라는 새로운 가족 유형이 현실에서 적용될 때 마주할 수 있는 많은 제도적 문제에서 기존 가족관계와 같이 동등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번 법안에선 생활동반자 당사자는 소득세법 상 인적공제를 받을 수 있고, 국민건강보험법 상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자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생활동반자 상대자가 출산을 하거나 아플 때, 배우자 출산휴가와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생활동반자 의료결정도 할 수 있고 생활동반자 상대자가 사망했을 때 생활동반자를 연고자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용 의원은 “생활동반자는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결혼을 준비하는 연인이 될 수도 있고 이혼과 사별 후에 여생을 함께 보낼 사람일 수도 있다”며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가족을 꾸릴 때 국가에 의해 가족생활을 보장받고 각종 사회제도의 혜택과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국민은 더욱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가족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활동반자법 효과를 설명했다.

또 용 의원은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 출생률이 높은 선진국들은 이미 다양한 가족을 법 제도로 인정하고 있다”며 “혼인 외 가족 구성과 출산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마주한 저출산·인구위기 대응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 황두영 작가에 따르면 생활동반자법이 비혼 청년, 동성애 커플에게만 해당하는 법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다양한 가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그외 계층, 노인층에서도 호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사진=pixabay

생활동반자법은 이미 해외 많은 국가에서 도입해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계약(PACS)제도를 도입했다. 영국,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에서도 생활동반자관계와 유사한 파트너십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미국의 일부 주 정부에서도 등록동반자에게 기존의 가족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동일하게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생활동반자제도 도입을 본격 논의할 때”라고 발언했고, 정의당도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지난 대선에서 생활동반자제도 도입을 공약했다. 진선미 의원은 2014년 당시 생활동반자법을 준비 중이었는데 보수 교계, 동성애 혐오 세력 등의 항의가 거세지면서 법안을 발의조차 못했다. 당시 진 의원실 비서관이던 황두영 작가는 책 <외롭지 않을 권리>를 통해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 등을 소개했다.

[관련기사 : 외롭지 않을 권리를 생활동반자법으로]
[관련기사 : 대선판에 등장한 생활동반자제도 도입 “비정형가족 포용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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