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대 ‘새 선장’ 문원재 총장이 장착할 두 가지 무기,당당함과 자부심[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2023. 4. 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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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육대학교 홍보 포스터. 출처 | 한국체대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 고진현전문기자] 조직의 방향과 성격은 리더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특히 그 조직이 구성원은 물론 세간으로부터 기대치에 밑도는 평판을 받으며 곤란을 겪을 때는 새 리더십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체육대학교 새 수장으로 당선된 문원재(61) 총장이 최근 정부의 승인을 받고 임기를 시작했다. 상식을 넘은 정치논리와 산적한 내부문제로 혼돈의 4년을 지나 제8대 총장으로 뽑힌 문 총장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 엘리트체육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한체대의 추락에 대한 안팎의 야박한 평가 때문일 터다.

정치논리로 무장한 지난 정권의 과잉 신념은 체육계에도 어김없이 몰아닥쳤고, 그 결과 한국체육의 본령인 엘리트 체육 역시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바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한국 엘리트체육의 본산이나 다름 없는 한체대가 ‘정치 태풍’의 한 가운데로 휩쓸려 들어갔던 것도 바로 그래서다. 특히 한체대는 전임 대통령 인척의 출신대학교로서 그와 관련된 정치권력까지 더해진 결과 돌이킬 수 없는 리더십의 균열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한국체육대학교 문원재 총장. 출처 | 한체대 홈페이지


엘리트 체육의 힘을 빼려는 그릇된 정치논리에 과연 한체대는 어떻게 대응했어야 했는가. 진리와 정의의 상징인 대학은 적어도 거짓과 불의에 당당했어야 옳다. 권력에 아부하거나 역사를 거스르는 일에 양심을 파는 짓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나 한체대에게 지난 4년은 수치와 굴육, 그리고 비겁함으로 기억된다는 게 대체적인 생각이다.

하기야 전체 조직이 더 많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적당하게 타협하고 권력에 아부하는 편이 낫다고 자위하는 수준 낮은 리더십에 동조했던 사람들도 많았을 게다. 거짓과 불의와의 적당한 타협. 눈 앞의 손익만을 따진다면 이러한 유혹이 달콤하겠지만 멀리 내다보는 지혜와 통찰력은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한체대는 결국 눈 앞의 이익을 챙기려다 더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한체대가 쌓아올린 금자탑에 서려 있는 혼(魂)과 철학, 그것은 한체대가 아닌 한국 체육의 자존심과 명예와 관련된 신성한 가치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한체대는 건학이념이 남 다른 특수대학(?)이다. 레슬링 양정모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건국 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뒤 박정희 대통령에게 건의해서 생긴 대학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체대 출신이 피땀 흘려 수확한 올림픽 메달은 총 124개(금 50개-은 37개-동 37개)에 이른다.

지금까지 한국이 따낸 올림픽 메달(금 129개-은 121개-동 117개 총 367개) 중 33.8%가 한체대 출신이라는 사실은 세계 올림픽사에 길이 남을 경이적인 퍼포먼스가 아닐 수 없다. 그랬던 한체대의 추락이 한국 체육의 내리막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은 곱씹어볼 의미가 있다.

한국 체육의 내리막은 결국 체육의 가치에 대한 몰이해와 이를 사회 중심부 가치로 편입시키지 못한 체육인들의 책임이 크다. 한체대의 지난 4년의 리더십 균열을 단순히 개인과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체육의 위기로 진단하는 것도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한국체육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선 한체대가 위기의식을 느끼며 조직을 새롭게 추슬러야 하며 이를 위해선 리더십의 각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체대 총장의 리더십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체육의 본질적 속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체육이란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라 구성원 사이에 존경과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시너지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체대가 정치논리에 무력하게 굴복한 이유는 리더의 체육에 대한 철학의 부재에서 찾아야 할 게다. 그러한 리더십의 균열과 붕괴를 반전시켜야 하는 게 문 총장에게 주어진 숙제다. 문 총장은 한국 체육의 역사와 본령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체육학자이자 체육 지도자다.

조직의 추락을 체감했던 한체대 구성원들이 왜 문 총장에게 표를 던졌는지는 자명하다. 체육이 정치와 권력에 기대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라는 조직의 지엄한 명령에 다름 아니다.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태권도 감독으로 출전해 한체대에서 가르친 황경선 차동민 등 두 명의 금메달리스트를 만들어 냈다.

뼛속 깊숙이 당당한 체육인인 그가 추락한 한체대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권력에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 체육의 가치에 대한 올곧은 철학,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에 체육이 얼마나 헌신하고 봉사했는지에 대한 확고한 자부심과 신념을 갖고 있다면 한체대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문 총장의 어깨가 무겁다.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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