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기념비 참배·참전 美용사에 무공훈장…尹방미 또다른 방점은 ‘보훈’
[헤럴드경제(워싱턴DC)=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국빈 방미 둘째날인 25일(현지시간)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하고 한국전쟁(6.25전쟁) 참전용사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하는 등 다양한 안보·보훈 관련 일정을 소화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동맹, 연대 강화’라는 외교 노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첫 일정으로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헌화 및 참배를 했다. 이날 참배에는 김건희 여사와 박진 외교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미국 측에서는 루퍼스 기포드 국무부 의전장,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페핀 워싱턴 관구사령관 등이 함께했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미국 남북전쟁, 제1·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등 참전용사 약 21만5000여명이 잠들어 있는 미국 최대 국립묘지 중 하나다. 한국전쟁 당시 공수 낙하산부대 작전 장교(대위)로 참전해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서울수복 작전 등에서 활약한 고(故) 윌리엄 웨버 대령 등 다수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도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돼있다.
윤 대통령은 “1864년부터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미군 용사 22만여명이 안장된 미국인들의 성지 알링턴 국립묘지에 서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이곳에는 한국 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분들도 다수 안장돼있어,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미군 용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미군 의장대 90여명과 군악대 50여명이 도열했다. 묘지 인근에서는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윤 대통령은 애국가 연주에 맞춰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경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무명용사탑에 헌화 및 묵념을 했다. 헌화대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적힌 태극 문양의 화환이 놓였다. 윤 대통령이 헌화대에 올라서자 진혼곡이 연주됐고, 윤 대통령은 다시 가슴에 손을 얹으며 추모의 뜻을 표했다.
참배를 끝낸 윤 대통령은 페핀 관구사령관 안내로 알링턴 국립묘지 기념관 전시실을 둘러봤다. 윤 대통령은 전시실에서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더이상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We will never forget, forgotten no more)’라는 영문 문구가 적힌 기념패도 전달했다. 이 기념패는 한국전 참전영웅을 기리는 것으로, 한·미 양국 국기 및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로고를 새겨 전통 자개 바탕으로 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오찬에 참석해 한국전 참전 미군 용사들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했다. 한국 대통령이 외국 현지에서 무공훈장을 친수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이 자리에는 한국전쟁 당시 제3대 미8군사령관이었던 밴플리트 장군의 외손자 조지프 매크리스천 주니어와 백선엽 장군의 장녀 백남희 여사, 제2연평해전, 천안함,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 등 북한 관련 호국영웅 8명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쟁의 폐허를 딛고 글로벌 리더 국가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의 눈부신 번영은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서있다”며 “한국전 참전 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랄프 퍼켓 예비역 육군 대령, 앨머 로이스 윌리엄스 예비역 해군 대령에게 훈장을 친수하고, 고(故)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에게는 조카인 조셉 로페즈가 참석한 가운데 훈장을 추서했다.
퍼켓 대령은 1950년 11월 25일 미 제8군 유격중대 중대장(중위)으로 참전해 평안북도 소재 205고지 진지를 6회에 걸쳐 사수하고 대원들의 목숨을 구했다. 윌리엄스 대령은 1952년 11월 적군 미그15기 7대와 교전 끝에 4대를 격추했고, 로페즈 중위는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에서 수류탄에 몸을 던져 부하들의 희생을 막았다.
이날 오찬 행사장에는 빈 테이블이 마련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전사한 용사들을 추모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 테이블로 이동해 촛불을 점화한 후 목례를 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전날 워싱턴DC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현역 장성들이 많이 와서 총 20개의 별이 뜬다고 한다”며 “외국 정상이 오는 행사에 이렇게 많은 미국 장성들이 많이 오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날 오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함께 정상부부 친교 행사의 일환으로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참배했다. 한미정상 부부는 헌화 후 추모의 벽으로 함께 이동해 설명을 듣고, 한국전에 참전했던 루터 스토리 장병 유족과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맞춰 한미동맹 70주년 관련 기념물이 곳곳에 설치되기도 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주 워싱턴 한국문화원 외벽에 한미동맹 70년 기념 게시물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1953년 미국 의장대와 2023년 대한민국 의장대가 각각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다. 또, 지난 20일부터 내달 3일까지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 영문 홍보영상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하루 약 680회 송출한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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